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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파리일기 18편

뉴욕과 파리의 만화는 한국의 만화와는 다소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블사의 스파이던 맨류의 만화가 주류를 이룬다. 이런 고급스러운 성인취향의 만화는 프랑스에도 꽤 많은데 프랑스에는 이런 만화이외에도 인물들을 희화해서 그린 개성있는 만화들이 무척 많지만 미국에는 마블류의 만화이외에는 없는 듯하다.

프랑스의 만화는 놀랍게도 포르노를 방불케하는 정사장면이 그대로 노출된 만화들이 무척 많다. 성기의 교접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있고 비닐 포장도 되어있지 않은채 도서관이나 까르푸 같은곳에 진열되어있어서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프랑스에는 또 하나의 만화종류가 있는데 바로 망가로 불리우는 일본만화이다. 망가의 그림스타일은 뾰족한 턱에 불가사리같이 삐죽삐죽한 머리를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포켓 몬스터 스타일의 만화다.

프랑스 만화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망가는 프랑스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만화는 찾아볼수 없다. 이렇게 해외에 있어서의 만화의 성공은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국가적으로 큰 이득이 아닐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한국의 한류산업으로 인해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만화 또한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한국의 만화는 대나무처럼 긴 팔다리에 긴 머리를 가진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다소 어이없는 순정만화가 있고 남성들이 보는 만화는 이현세 등장 이후 모두 이현세 풍으로 바뀌었다. 이후 광수생각 및 양영순의 누들누드 등을 필두로 다양한 신문사 만화가 쏟아져 나오고는 있지만 일본의 만화시장에 비하면 많이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에서의 일본 식당은 언제나 초 만원을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식당은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망가가 선점해 버린 프랑스에서 그만큼 일본이 한국보다 가까운나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욕이나 파리에서나 나를 보면서 곤니찌와를 외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한국의 식당은 뉴욕에서도 그리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다. 타일랜드 식당은 오히려 가득차도 한국인 식당은 텅텅 빈채로 한국인만 몇 명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한국 xx 치킨 체인점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것을 한군데 보았지만 나머지는 한국인들만 찾는 정도에 불과하다. 타일랜드는 마사지를 앞세워 휴양지로서의 특성을 살려 많은 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으며 국가인지도에 있어서 한국보다 오히려 높다. 그리고 타일랜드를 다녀간 미국인들이 타이 음식에 길들여져 다시 미국의 타일랜드 식당을 찾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그나라의 색깔과 브랜드가 있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이며 관광의 나라이기도 하다. 두가지 브랜드로 여러 가지 산업이 파생한다. 악세서리 명품이나 화장품 의류 등의 산업에서 선두를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그림또한 국고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보인다. 물방울의 화가로 알려진 한국의 김창열씨의 작은 물방울 그림 하나가 5억이나 한다는 것이다.

일본 또한 관광에 무척 적합한 나라이다. 전통적인 가옥과 연극, 온천, 만화, 차(다도) , 다양한 섹스산업등이 일본을 대표하고 있으며 공손함 친절함 깔끔함 등이 일본의 특성이다. 그러나 한국은 관광에서 만큼은 많이 뒤져있다. 한국에 외국인이 와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고작 이태원에만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음식은 매워서 입에 대지도 못하고 햄버거만 먹다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김치도 빨간 김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백김치등을 많이 보급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생마늘에 생파에 구린 된장 찍어 먹는 돼지갈비가 입맛에 맞을리가 없다. 한국인에게는 보약과 같은 음식이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음식으로 위암발생률이 세계 1위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동남아에 불어닥친 한류 열품이 아직 유럽이나 미국에는 상륙하지 않았다. 미국의 비디오 가게를 가보면 일본영화에 비해 한국 영화 비디오는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sm 군단이 한류열풍을 몰고 갔다고 보도되었는데 이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기세를 몰아 드라마의 수출까지 확산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영화 드라마 및 팦등에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강한 것은 무엇보다도 큰 잠재력이 아닐수 없다. 여기에 더욱 중점을 두면 국가브랜드를 높힐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에 앞서서 병행해야 할 것이 바로 관광의 육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에서 기독교 신자도 아니면서 교회에 다닐때 나를 주목하는 여성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보았는데 짙은 눈섭에 글래머스타일로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 여성들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여성들이었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오른쪽에 붙어있는 제주도 두배정도 되는 크기의 나라이다.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따라서 불어를 사용한다. 흑인은 아니고 뉴질랜드 마오리 족 처럼 생겼다.

이 여성들이 다음달에 한국에 관광을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간단한 한국말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꽤 많이 한국말을 알고 있었고 '꽃보다 남자' 와 같은 드라마제목도 아는 것을 보니 여기도 한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이 한국에 왔을 때 실망하고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먼저 들었다.

관광이 육성되려면 한국적인 것이 많이 보강되어야 할것이다. 빌딩만 높아서는 관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보수적인 사고를 많이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한국은 존댓말사용으로 수평적사고에서 많이 멀어져 있다. 모든 것을 상하관계로 해석하는 한국인은 낯선사람에게 덜 우호적이며 외국인들에게 묵뚝뚝하고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건물은 현대적으로 지어놓고 사고는 보수적인 것이 한국인의 특성이다. 그에 비하면 일본인들은 전통적인 것을 많이 가꾸지만 사고는 한국에 비해서 많이 수평적이다. 사장이 직원들보다 먼저나와 대걸레 질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회사이다.

뉴욕과 파리일기 17편

앞서 말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질좋고 싼 과일이 많아서 식사로 주로 과일과 야채를 먹었고 육류로는 잠봉이라는 햄을 주로 먹었다. 잠봉은 돼지고기를 익히지 않고 소금에 절여서 공중에 매달아놓고 몇 개월간 메주말리듯이 숙성시킨 고기다. 종이짝 처럼 얇게 썰어놓은 것을 4유로 정도에 팔고 있는데 먹으면 그 닥 맛이 당기지는 않는다. 돼지고기 비린내도 나는 것 같고 무지하게 짜서 어디다 섞어 먹어야지 그냥 먹기는 좀 그렇다.

뉴욕에서는 과일과 야채가 프랑스에 비해서 품질도 떨어지고 비싼 편이다. 그렇지만 빵과 우유 요구르트 스파게티 등은 저렴하면서 질좋은 유기농식품들이 많이 나오고 통곡식으로 만든제품등도 많다. 우유같은 경우도 페이스쳐라이제이션(저온살균)은 기본이고 무항생제등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의 우유는 죄다 1등급 이라고 표시만 되어있지 도대체 뭐가 1등급이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스톤그라인딩이라는 빵도 있는데 밀을 맷돌에다가 갈았다는 것이다. 맷돌에 갈면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통밀로 만든 빵에 바나나를 하나 끼워서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도시락으로 가지고 다니면 편리하다. 뉴욕에서는 잠봉을 팔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돼지고기를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소금만 쳐서 구워 먹었다. 원래 그런것인지 그집만 그런것인지 후드가 없어서 요리할 때마다 집안에 연기가 자욱하지만 더운지방에서 살다온 집주인이 문여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연기가 꽉차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았다. 주인없을 때 요리를 하다가 문을 열면 복도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린다. 아래위로 밀어서 여는 창문은 어찌나 무거운지 한번 열 때마다 팔에 알통 생긴다.

스파게티는 이분만에 삶아지는 얇은걸로 삶아서 케첩과 조미료를 넣고 버섯 셀러리 새우등을 넣고 졸여서 먹었다. 왕년에 레스토랑도 잠깐 운영했었으니 이런 것 쯤은 식은죽 먹기다. 뉴욕에서는 msg 및 향미증진제 등이 들어간 조미료를 팔지 않는다. 모두 마늘 양파 버섯등 천연재료를 건조시켜서 가루로 만든 제품인데 왠만큼 넣어도 한국의 조미료처럼 단맛이 확 나지 않는다.

첨엔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먹지 못했지만 뉴욕과 파리에는 파란바나나를 판다. 이 바나나는 보통 바나나와는 종류가 다른 것으로 누렇게 익더라도 익혀먹어야 하는 바나나다. 껍질을 벗기고 잘라서 고기 구울 때 나오는 기름으로 같이 굽거나 삶으면 마치 고구마를 먹는 것하고 맛이 똑같은데 고구마보다 당도가 훨씬 높아서 맛이 기가막히다. 한국에도 일전에 일부 수입된 적이 있는데 먹을줄 몰라서 판매가 인되 철수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의 수퍼마켓에서는 빵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이들에게는 빵이 주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식빵들이 즐비하다. 그 빵 역시 특별히 첨가물이 들어가지는 않는 듯 하다. 정말 안넣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재되어있지 않다. 한국에 와서 뉴욕에서 먹었던 바나나 끼운 식빵 맛이 그리워 수퍼마켓에 갔더니 구석탱이에 한두 개의 식빵이 있는데 포장을 보니 웬 식품 첨가물이 그리 많이 들었는지 겁이나서 먹질 못했다. 빵인지 약인지 구분이 안간다. 빵만 그렇겠는가. 라면에도 수십가지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러려니 하고 먹었던 옛날 생각하면 후회스럽다.

뉴욕과 파리일기 16편

한국에는 현재 이발소는 거의 사라지고 저렴한 가격의 남성 컷트 전문 미용실이 새로 등장해서 널리 확산되었다. 그런데 뉴욕에는 마치 한국의 과거 이발소와 같은 형태의 남성전문 이발소가 꽤많다. 여성을 고용하는 서비스 전문의 이발소가 아니라 그냥 이발소를 말하는 것이다. 10달러에서 15달러 사이인데 꼼꼼하게 다듬고나서 면도까지 하는 폼이 한국의 이발소와 상당히 흡사하다. 한국과 다른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뒷머리만 정리를 하지 앞머리까지 면도로 칼자국을 내지는 않는데 이들은 앞머리와 옆머리도 면도질을 해서 뒷머리처럼 깔끔하게 끊어놓는다. 이들의 이발 솜씨는 꽤 전문적이고 아주 섬세하다. 한번쯤 이발을 받아볼 만하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이발소는 없고 주로 남성도 미용실을 이용하는 것 같다. 파리의 이발 가격은 20유료나 하니 뉴욕에 비해서도 무척 비싼편이다. 거기다가 머리를 감으면 가격이 추가된다. 그래서 머리깎고 나서 머리도 못감고 그냥 털고나오는 형편이다.

파리에서도 머리깎는 솜씨는 무척 뛰어나다. 한국에서는 머리를 깎고 나서 뒷모습을 거울로 보여주지 않는데 앞모습만 신경쓰고 뒷모습은 어찌되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참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파리와 뉴욕에서는 묻지 않아도 머리를 다 깎은후 손 거울로 뒷모습을 보여준다.

파리의 미용실에서는 빠르고 급한 프랑스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찌나 순식간에 머리를 깎아놓았는지 한 2분정도에 다 끝났는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뒷통수도 바짝 잘 깎아 놓았다. 나는 뒷통수가 좀 튀어나온 편이어서 한국에서 머리를 자를때 항상 당부하는 말이 뒷통수를 납작하게 깎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꼭 뒷통수를 톡 튀어나오게 길게 깎아놓는다.

한국사람은 대부분 뒷통수가 평평하기 때문에 이렇게 깎아놓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겠지만 사람봐가면서 해야지 싫다는데도 굳이 뒷통수를 수북하게 만들어 놓을 이유가 있는지. 더 깎아달라고 하면 더 깎으면 이상하다고 꼭 한마디 덧붙여서 실갱이를 해야 한다. 결국 포기하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파리에서도 그렇고 뉴욕에서도 그렇고 원래 이곳사람들은 뒷통수가 튀어나온지라 말안해도 뒷통수를 바짝 깎아놓는다. 머리깎을 때마다 스테레스 받을 일 없어서 무척 좋았다.

말이 나온김에 하는 이야긴데 뉴욕사람도 서양사람인지라 뒷통수가 튀어나온 편이지만 프랑스사람의 뒷통수는 어마어마하다. 뉴욕사람하고 뒷통수로 박치기 하면 뉴욕사람들이 나가 떨어질 것이다. 물론 뒷통수 뿐만아니다. 프랑스사람의 앞통수 또한 무지하게 튀어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이것이 너무심해서 로버트 태권브이에 나오는 짱구박사하고 똑같이 생긴사람도 있다.

그러니 이곳사람들이 머리 깎을 때 뒷통수를 수북하게 남겨놓을리가 있겠는가? 말 안해도 바짝 깎아준다. 뒷 통수고 앞 통수고 하여튼 프랑스사람들은 머리통이 워낙 발달해서 삭발이나 다름없이 짧게 깎은 사람이 많고 아예 삭발을 하고 다니는 사람도 종종있다.

뉴욕과 파리일기 15편

UCB 코메디 클럽 UCBTHEATER.COM 은 코메디언을 위한 학원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코메디 극장도 운영을 하고 있다. 동숭동의 웬만한 소극장 만한 크기이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극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저녁 4편정도의 코메디를 연이어 하는데 입석까지 모두 매진되면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한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다.

코메디의 내용은 한사람이 서서 잡다한 이야기를 무려 한시간 동안이나 쏟아내는 스탠드업 코메디가 있고 각본대로 만들어서 하는 한국식 코메디가 있고 또 하나는 바로 코메디 클럽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임프라브라고 하는 대사없이 하는 즉흥 코메디다. 이 즉흥 코메디는 관중들도 참여한다. 코메디를 시작하기 전에 관중들에게 주제를 하나 던져달라고 한다. 그러면 관중석에서 몇 명이 제시어를 던진다. 예를 들면 Candy ! Roommate ! Beer ! 이렇게 단순한 제시어도 있지만 ORGY ! 와 같은 다소 자극적인 소재도 자주 외치고 선택된다. ORGY란 구릅섹스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결국 삼천포로 빠져도 상관은 없다. 성적인 내용의 소재도 개그적으로 얼마든지 이용된다. 느끼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웃자고 하는 것이니까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즉흥코메디인 임프라브의 형식은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다. 먼저 두사람 정도가 앞으로 나가 대화를 나눈다. 나머지 8명 정도는 뒤에서 나란히 서서 대기하고 있다가 두사람의 대화에 끼고 싶을 때에는 앞으로 튀어나오는데 교체하고 싶을 때에는 어깨를 살짝 치면 된다. 만일 전부 새로운 내용으로 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사람이 앞으로 나와 무대앞을 한번 돌면 등장인물들이 모두 들어가게 된다.

즉흥적 코메디라는 것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코메디가 아닐수 없다. 매번 도대체 무슨 말로 상대방의 말을 받아칠것인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보면 볼수록 자꾸만 오게 되고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언제나 새로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코메디 클럽 수강생은 하루에 2회정도까지 무료로 볼수 있고 수강생이 아닌 경우는 5달러로 저렴하다. 극장안에는 5달로의 맥주를 팔고 있고 맥주 판매의 수익이 입장료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뉴욕에 도착해서보니 예상외로 어떠한 것도 파리를 앞서가는 것은 없는 듯했다. 한번은 현대 미술계의 화랑과 화가들을 위주로한 다큐멘타리를 본적이 있는데 어떤 화가가 말하기를 자기는 뉴욕이 좋다며 뉴욕에 비하면 파리는 오히려 시골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사실 내심 기대를 했었다. 아무래도 뉴욕은 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와서보니 정반대의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뉴욕과 파리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것을 손꼽으라고 한다면 뉴욕의 코메디 클럽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밖에 다른 것은 모두 파리가 더 좋았다. 파리에도 물론 뉴욕과 같은 코메디 클럽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메디를 볼수 있을 정도로 불어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있다고 해도 갈수가 없는 것이다. 뉴욕에 있으면서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코메디클럽 하나만으로 뉴욕사람들을 부러워 하지 않을수 없었다.

  두 번째 코메디 클럽수업시간에 내가 했던 코메디는 이런 것이었다. 나와 다른 한명의 친구가 같이 앞으로 나왔다 우리는 동물원에서 오물을 치우는 사람들이다. 마치 판토마임을 하듯이 동작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그날 수업의 포인트였다.

   동물원 안에 도마뱀 우리였는데 친구는 자기가 이렇게 지저분한 곳에서 일을하다보니 온통 팔에 뽀드락지가 나고 피부가 지저분해진다고 불평을 했다. 그래서 나는 데오데란트 발라봤냐고 물었다. 데오데란트는 겨드랑이에 바르는 것이지 어디 피부병 있는 곳에 바르는 것이 아닌 것은 뻔한 것이지만 웃기라고 하는 이야기다. 역시 웃지 않고 이야기 해야 묘미가 있다. 그는 내 말에 뭐라고 받아칠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자기 팔이 가렵고 피부가 안좋다면서 같은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뱀 독 먹어봤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뱀한테 물린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나는 뱀한테 물리면 뱀독을 먹으면 낫는데 바르는 것 하고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강사가 오케이를 외치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나를 보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니.. 야.. 너 진짜웃긴다. 하는 표정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나와 같이 동물원연기를 펼친 그 친구는 나에게 유독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내 코메디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잘했다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 친구 뿐만아니라 코메디 클럽 학생들 모두가 아주 친절하고 성격이 좋다. 강사도 시종일관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었다. 코메디 클럽 강사는 마이크 스틸이라는 사람인데 아래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이다.

뉴욕과 파리일기 14편

코메디 스쿠울을 다니던 중 할렘에서의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부르클린에 새로운 집을 계약했다. 한달에 600달러로 더 싸고 촛불 켜놓고 살 필요 없다.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지 알수 없는 800여개가 넘는 채널이 나오는 케이블 티비도 있다. 정말 그 채널은 돌려도 돌려도 끝이 없어서 아직도 나는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 시험삼아 800대를 눌렀는데도 방송이나오니 족히 800개 이상이라고 한 것이지만 확인을 안해 봤으니 몇천개 이상인지도 모르겠다. 포르노가 모자이크 없이 나오는 플레이보이 방송도 있다.

내가 제일 많이 보았던 방송은 원더펫이라는 아동 프로그램이다. 그집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히스패닉 여성 한명과 그녀의 딸인 5살 짜리 여자애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저녁에 보는 채널은 항상 딸이 보는 채널로 고정되었다. 미국이 다양한 국가의 민족들이 혼합된 나라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처음에는 백인찾기가 힘들어서 좀 당황을 했다. 물론 처음에 할렘가에서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할렘이 아닌 다른 지역의 맨해탄을 돌아다녀도 딱히 백인이다 싶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흑인을 제외하고라도 전형적인 백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았다. 아랍인으로 보이기도 하고 인종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뉴욕도 마찬가지이다.

지하철에는 왠만한 내용은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 등으로 변역이 되어 있다. 예를들어 다음과 같이 한국어로 기재된 문장을 볼수 있다. "지하철 서핑을 하면 만신창이가 되어 사망할 수 있다. 안전하게 승차하자." 뉴욕에는 곡예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지하철에 문에 붙어서 서핑을 하다가 죽어서 기사화 된적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구이다.

  뉴욕은 네게의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그중 뉴욕을 대표하는 지역은 땅콩처럼 길다랗게 생긴 맨해탄이라는 지역이다. 그리고 동부에는 위쪽으로 퀸즈가 있고 아랫쪽으로 브루클린이 있는데 서로 붙어있다. 맨해탄 위쪽으로는 브롱스가 있다. 맨해탄은 다른 지역과 이어져 있지 않고 강으로 둘러쌓여져 있다. 맨해탄에는 높은 빌딩들이 밀집되어있지만 맨해탄을 제외한 지역에는 빌딩이 없다. 띠엄띠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6층정도 이하로 보이는 주택들이 전부이고 앞서 이야기 했듯이 주택과 주택사이에 틈이 없이 모두 길게 한덩어리로 이어져 지어져 있다.

   뉴욕의 크기가 서울의 크기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알고 있는데 4분의 일정도인 맨해탄에만 높은 빌딩이 있으니 빌딩으로 치자면 서울이 더 많지 않나 싶다. 맨해탄에서도 전부도 아니고 중심부 이하 즉 센트럴 파크 이하의 부분에 빌딩들이 밀집되어있고 그중에 4분의 일 정도나 되는 거대한 지역을 중국인이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60년대 재래시장을 방불케 하는 지역이다.

   중국인들 지역은 여기 말고도 퀸즈에 또 밀집되어있는데 이곳의 형편은 좀 산만하기는 하지만 맨해탄의 중국인 지역보다 는 훨씬 낫다. 처음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코리아 타운을 찾기 위해서였다. 퀸즈에 코리아 타운이 있다길래 어떤곳인지 궁굼해서 한번 방문해보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지 한국인 상점은 가물에 콩나듯이 있고 전부 중국인들 가게 뿐인 것이다. 누구한테 좀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한 충무김밥짚에 들어가서 충무김밥을 시켜 먹었다. 그 주인 할머니 하시는 말씀이 이지역이 원래 코리아 타운이었는데 중국인이 밀고들어와서 중국인 지역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작은 차익을 크게 보기 때문에 싼값으로 승부해서 끝까지 버티지만 한국인들은 안남으면 안하기 때문에 최근에 경제위기를 겪을 때 대부분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뉴욕뿐아니라 LA는 더 심하다고 한다.

   맨해탄의 노른자 땅을 중국인이 잠식할 수 있었던 방법도 다 그런 박리다매의 방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 수퍼에서 오렌지를 사면 하나에 1달러정도 하는데 중국인지역으로 가면 똑같은 오렌지를 작은 것은 5개에 2달러 크것은3달러 정도만 주고 살수 있다. 퀸즈는 그렇게 중국인과 한국인이외에도 히스패닉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첨에 퀸즈에 방을 하나 잡으려고 찾았다가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고 있는데 동전을 넣으면 계속 잡아먹고 불통인 것이다. 남의 땅에 와있을 때는 따로 버는 것이 없으니 동전한닢도 귀한것인데 환장할 노릇이 아닐수 없었다. 그때 어떤 머리가 남들보다 두배나 크고 눈썹에 피어싱을 한 검은 피부의 히스패닉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내가 전화통화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부탁도 안했는데 나한테 휴대전화를 주면서 통화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또 있을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내가 집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하자 따라오라며 나를 어느 작은 구멍가게로 데려가더니 신문을 하나사서 펼쳐보이며 방월세 놓는 광고페이지를 보여준다. 나는 감사하다면서 신문 값을 주겠다고 하니까 그는 1달러밖에 안하니까 괜찮다면서 사양했다. 앞서 미국의 히스패닉이 카톨릭의 영향으로 무척 친절하고 남돕기를 좋아한다고 썼었는데 바로 그 면목을 또 한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음악가로서 4명의 친구들과 싼값에 한방에서 월세를 쓰고 있는데 내가 더 들어갈 자리가 있냐고 했더니 지금도 비좁아서 좀 힘들고 다른 친구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퀸즈에서 집찾기를 포기하고 나는 브루클린에 새둥지를 틀었는데 집주인은 히스패닉이었지만 브루클린은 백인 밀집지역이다. 80% 이상은 백인들로 보인다. 이사진은 직접 찍은 것인데 대부분 영상으로 촬영해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대부분의 남성들이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르고 다닌다. 수염을 안기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사람들의 걷는 모습은 뉴요과 파리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걸음걸이가 조금 빠르고 턱을 앞으로 치켜 세우고 눈을 아래로 깔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즉 무척 당당해 보인다. 그에 반해 뉴욕사람들은 약간 겸손한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조신하게 걷는다. 아래 가운데 남성을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뉴욕과 파리일기 14편

첫날 수업으로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동료들 이름 익히기다. 15명의 학생들이 서로 둥그렇게 모여선다. 자기의이름을 대는데 앞에다 이녀셜을 딴 별칭을 하나 덧붙인다. 즉 마이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세명있었다. 한명은 매그넛 마이크 라며 자기자신을 소개하고 또 다른 마이크는 미스티리어스 마이크라고 소개한다. 다른 마이크는 맨리 마이크라고 소개한다. 나는 지니어스 진 이라고 내이름을 소개했다. 별칭 뿐만이 아니라 적당한 동작도 곁들여야 하는데 나는 과거에 박남정씨가 춤추던 동작을 따라 손을 얼굴 옆으로 훑는 동작을 집어넣었다. 386 세대라 어쩔수 없다보다. 딱히 떠오르는게 그 동작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기 이름을 말하고 아무나 다른 사람 이름을 지목하면 지목받은 사람이 자기 이름 말하고 다시 다른 사람 지목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한 한시간 가량은 그와 비슷한 게임을 하면서 보내게 되는데 이미 파리에서 이런 비슷한 게임을 많이해서 익숙해져 있었다. 파리에서 기독교 신자도 아니면서 교회다닐 때 청년들끼리 모임이 있었고 그때 많이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한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연기를 해야 되는 차례가 왔다. 뭔가 강박적인 노이로제 걸릴 것 같은 즉 OBSSESIVE 한 내용을 이야기 하되 처음에는 조금 자근자근 설명하다가 점점 크게 소리치고 나중에 가서는 온힘을 다해서 소리를 지르라는 것이다. 네명정도가 한꺼번에 앞으로 나와서 한가지 이야기를 한번에 다끝내지 않고 돌아가면서 한다. 예를 들어 A 가 어제 여자친구와 밥먹다가 싸우고 헤어졌다. 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한다면 우선은 어제 여자친구를 만난 내용만 이야기 하고 그다음은 B C D 가 자기 이야기의 서론을 이야기한다. 그 다음 A가 다시 싸우는 얘기까지만 하고 다시 돌아가면서 그다음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내가 꺼낸 이야기는 머리 염색에 관한 이야기였다. 흰머리가 나서 염색약을 하나 샀다. 무슨색깔로 할까 하다가 금발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설명서를 보니 꽤 복잡하다. 열심히 지시대로 약을 섞었는데 냄새는 지독하고 30분동안 기다렸는데 30분후에 씻고나서 거울을 보니 염색이 하나도 되어있지 않은 것이었다. 돈 버리고 시간낭비하고 그대로 잖아 Nothing happended ! 하면서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중간쯤 얘기했을 때 강사는 어눌한 영어를 쓰면서 얼굴은 x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뭔가 언짢은 듯 고개를 돌린다. 내가 끝에가서 지시한 대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Nothing happended 하고 외쳐대자 그는 다시 나를 바라 보더니 뭔가 느끼는게 있는 모양이다. 어쭈 제대로 하네..하는 듯한 표정이다.

  끝나고 내자리로 들어오자 옆에 있는 친구가 나한테 물어본다. 그게 사실이냐는 것이다. 정말 염색을 했는데 염색이 안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다..사실이다. 라고 대답을 해주었고 강사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진 ! 나도 전에 흰머리 때문에 염색을 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첫 번째 과정이 지나가고 이번에는 세 명 정도의 학생들이 앞으로 나온다. 설명을 들으니 마치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진짜인 듯이 하면서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 컨셉이다. 첫 번째과정도 그랬지만 나는 항상 맨뒤에 나갔다. 영어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영어를 잘 한다 한들 코흘리게 때부터 영어를 써온 그들과 입씨름하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용기도 나지 않고 떨리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끝까지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본후 맨 마지막에 앞으로 나갔다.

나는 이번 주제로 마돈나 팬클럽에 대한 설정을 해야지..하고 구상중이었는데 내가 주제를 내기도 전에 다른학생들이 성형수술이라는 설정을 세워 버렸다. 흠.. 잘 엮으면 괜찮을 것 같다.

우리셋은 성형외과 의사들로 이야기를 몰아가고 있었는데 강사인 마이크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랬더니 "당신의 첫손님은 누구였습니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시고 얘기해주세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My fist client was a woman who wanted to be like Witeny Huston , but I didn't think it was good for her, so I suggested her to be like Janet Jackson.

제 첫 번째 고객은 어떤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휘트니 휴스턴처럼 성형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저는 휘트니 휴스턴 보다는 자넷 잭슨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렇게 해주었나요?"
"아뇨 그녀는 그냥 돌아가 버렸어요.그래서 저는 무척 후회했죠. 저는 고객의 의견을 따라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까워요."

"당신이 성형한 사람중에 유명인이 있었습니까? "

"네 마돈나를 성형했습니다.가만히 살펴보면 마돈나의 얼굴이 처음에 데뷔했을 때 보다 좀 길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제가 턱밑에다가 뭘 집어넣었죠"

그랬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연예인들은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몇 달뒤에 다시 tv에 나오면 얼굴이 조금씩 달라져 있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내가 "나는 턱밖에 안해주었는데 나머지는 아마 다른 병원가서 했을겁니다." 라고 이야기 했다.

또 다른 친구가 목소리 성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서 내가 "어 ! 그거는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는 거냐" 고 질문을 하다가 끝을 냈다. 끝내는 시기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강사가 OK를 외치면 됀다.

첫날은 그렇게 무사히 지났고 매주 비슷한 식으로 다양한 방법의 연기가 펼쳐진다. 마이크는 내 연기에 무척 만족한듯해 보였다. 항상 개그가 끝나면 내 연기가 이렇게 이렇게 해서 좋았다고 짚어주었다.

또한 학생들이 내 연기에 웃어주면 그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십년묵은 체증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뉴욕과 파리일기 13편

할렘에서 부르클린으로 가기 전에 나는 이미 부르클린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부르클린에는 한달에 200유로만 내면 작업실을 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경험삼아 등록했는데 일주일에 두 번 누드크로키도 포함되어있다. 다른데 가면 누드크로키만 한번에 40달러씩 하는데 거저나 다름없다. 모델은 좀 막무내가 이 긴하다. 원래 순수미술 모델이니 체형안따지고 나이 안따지고 쓰는 것은 알고 있다.

파리에서도 전시회를 열면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들 듯이 이곳에도 비슷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전시회 오픈식에 상을 펴놓고 힌 종이를 깔고 과자며 김밥이며 뭐 그런것들을 올려 놓고 사이다나 맥주 등을 따라 마시는 경우가 많는데 뉴욕이나 파리의 오픈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와인을 무한 리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괜히 아무나 붙잡고 아는 척하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 나누면 되는 것인데 한 30여 명이 떠들어대니 바로 귀를 갖다대고 이야기해도 잘 들리지가 않을 정도다.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런데 어떤 여자 한명이 나한테 다가왔다. 코메디 스쿨에서 나를 봤다는 것이다. 그 때 나는 UCB 코메디 스쿠울을 다니고 있었는데 이코메디 스쿠울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곳이다. 코메디언을 양성하고 배출하는 곳이다.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냈지만 제대로 찾은 것 같다.

등록비도 그리 비싸지 않다. 나를 어떻게 알아봤냐고 하니까 내 바지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나는 그당시 알록달록한 초록색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절대 모르고 있었겠지만 사실 그바지는 파자마였다. 허리에 들어간 끈을 잘라내고 입었다. 맨해탄의 k mart에서 산 것이었다. k mart는 한국의 대형 할인 매장 같은 곳인데 규모가 한국보다 조금 작아보이고 한군데 밖에 없다. 그 파자마를 입고 뉴욕을 주름 잡았다. 헐렁헐렁한 것이 아니고 몸에 딲맞아서 파자마인줄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자기도 UCB 코메디 스쿠울에 막 등록했으며 아직 수업은 받기 전이라고 한다. 자기가 웃길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된다고 한다. 스탠덥 코메디는 자신이 없단다. 임프라브 과정은 한마디로 조크를 해서는 안되며 마치 실제인 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코메디라고 설명을 해준다. 나도 그러한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확신이 가서 도움이 되었다.

  이제 코메디 스쿠울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가 된 것 같다. 코메디 스쿠울은 파리와 뉴욕 여행기중 백미가 아닐수 없다. 사실 한국을 떠나오기 몇 달전에 이미 나는 코메디 학원에 등록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니면 연기학원에 다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왜냐하면 코메디는 연기보다 훨씬 어려울 것 같아서 좀 주저가 되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결과적으로 볼때는 코메디가 연기보다 훨씬 멋지다. 만일 당신이 제아무리 브레드피트 뺨치게 잘생기고 연기가 기가 막히다 한들..연기로 정상에 서기는 어렵다. 괜히 스타라고 하겠는가?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것이다. 연기의 세계는 정상이 아니면 나머지는 다 들러리다. 그렇지만 코메디는 누구나 주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여부를 떠나서 나는 원래 개그를 좋아했다. 나는 주변에서 좀 웃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살았다. 나는 별로 웃기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웃긴다는 것이다. 원래 뭘해도 어색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내가 말하자면 그런사람이다. 나하나 어색할 뿐인데 사람들이 웃어주면 그것도 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원래 나는 얼굴이 웃는 얼굴이 아니라 사실은 조금 찌푸린듯한 얼굴이다. 사는게 고달퍼서 그렇게 바뀐 것 같다. 그런데 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신교육을 조금 받았다. 고객을 대할 때 억지로라도 웃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전화교환원이 전화받으면서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고 응답하지만 진짜 사랑하겠는가? 그래도 그렇게 이야기 하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을 것이냔 말이지.

  그래서 나는 파리에서 가능한 웃고 다녔다. 특히나 호스텔에서 수십명의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 웃으면 안되던 영어도 술술 나온다.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삼개월을 보내고 나니 뉴욕에 올때쯤 좀 지쳐갔다. 꼭 웃어야되? 하는 생각이 슬슬 고개를 들었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하는 생각이 슬슬 들었다. 그러던 찰라에 코메디 스쿠울에 등록을 하면서 갑자기 그런생각이 들었다. 코메디언은 웃으면 안된다. 내가 웃겨야지 스스로 웃어서는 안되는 것이 코메디언이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꿨다. 나는 웃지 않고 가만있으면 무척 심각한 얼굴이다. 일부러 심각한 얼굴을 할 필요가 없으니 잘된 것이다. 흐흐흐...

첫날이었다. 나는 x씹은 얼굴로 속속 들어오는 15명가량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앞서 말했지만 뉴욕의 미국인들은 백인이나 흑인이나 제대로 생긴사람이 드물다. 그런데 이상하게시리 코메디 클럽의 학생들은 아주 귀엽고 잘생겼다.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들도 모델을 뺨치는 몸매에 왠만한 배우 지망생 보다 수려한 외모를 가진 친구들이 속속 들어왔다. 코메디 강사는 30대 중반 남성인데 무척 목소리도 쩌렁쩌렁하면서 무려 세시간동안이나 쉬지 않고 떠들어 대면서 자식들 걸음마 시키는 것 보다도 더 정성스럽게 학생들을 가르친다.

뉴욕과 파리일기 12편

   룸메이트의 이름은 벌써 잊어 버렸는데 무슨 레이었던 것 같으니 그냥 레이라 칭하겠다. 레이의 방에는 각종 수험서들이 가득했고 SAT 도 눈에 띄었다. 그는 꽤 머리가 좋은 듯했고 풍기는 이미지가 댄서이기는 하지만 안경을 척 쓴 것이 공부도 많이 한 듯하다. 그런데 흑인들 즉 실례안가는 (politically correct) 용어로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의 언어는 백인들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백인과 거의 구분이 안가는 듯이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길에서 지나가면서 아프리칸들의 말을 들으면 꼭 한국인의 힙합 가수가 랩하는 것하고 똑같다. 고래고래 목청껏 소리지르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또한 지하철에서도 쓸데없이 옆사람과 논쟁을 벌이기를 좋아한다. 마치 힙합가수들이 배틀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집에 라디오가 두 개 있어 ! 라고 누가 말하면 옆에서 너의 집 라디오는 진짜가 아니야 우리집 라디오는 하나지만 너희 집보다 두배나 잘들리고 두배나 크고 두배나 세련됐어 ! 뭐 이런 식이다. 사람들이 들으면서 낄낄댄다. 멀쩡한 상태에서 술취한 듯이 행동하는 아프리칸들이 많다.

  룸메이트인 레이는 그런정도는 아니지만 말하는 것을 보면 무척 짧다. 마치 영어 잘못하는 한국사람이 영어할 때 주어빼고 부사 형용사 빼고 동사만 가지고 이야기 하듯이 SAT 까지 독파했다는 친구가 말할 때 보면 단어만 가지고 이야기 한다. You go I'm out Ok? 뭐 이런식이다. 그리고 유노우 라는 말을 유독 많이 쓰고 유노왓아이민은 백인들이 많이 쓰고 유노우 왓암쌩은 아프리칸이 많이 쓰는 듯하다. 그에 반해 백인들이 많이 쓰는 말이 하나 있는데 한국에서도 영어 30년 공부하면서 전혀 몰랐던 것이다. 지하철에서 누가 좀 시끌시끌하다 싶으면 나는 슬그머니 다가가 귀를 기울이며 무슨말들을 하나 경청을 한다. 백인들은 like란 말을 무척 많이 쓰는데 이것은 마치 한국인이 있잖아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쓰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서 한국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있잔아 어제 내가 그사람을 만났잔아 근데 있잔아 어딜갈까하다가....그래서 저기 남산타워있잔아. 거기를 갔는데 식당있잔아. 그식당메뉴에 불고기 백반있잔아 무지 하게 맛도 없고..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하면서 글로 쓸때 쓰지 않는 있잖아라는 단어를 회화체에서는 쉴새없이 집어넣는다.

마찬가지로 미국인의 대화를 들으면 I went there yesterday with him, it was like we 've been there alreay, but it's like.. it was totally changed, he's like oh..my god, so we like haahahah. what happened here? and like ..mm I like so ... 이런식으로 별얘기 아닌데 중간중간에 like란 말을 마치 고춧가루 뿌리듯이 사정없이 팍팍 섞어서 쓰면 되는 것이다. 남자나 여자나 llike를 사용하는데 별차이는 없다.

레이는 우리 아파트 주위의 식당이나 대형마켓 피씨방 그리고 대학교 헬스클럽등등을 상세히 소개해주었고 며칠 지나자 그동네가 훤하게 보였다. 운좋게 헬스클럽은 20달러로 한달동안이나 다녔다. 한달간 체험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달동안 할렘에서 지내면서 온통 아프리칸들만 보다 보니 슬슬 짜증이 났다. 미국에 아프리칸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고 프랑스에도 아프리칸은 많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프리칸만 통째로 사는 지역은 보다보다 첨본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도 아니고 아프리칸이라서 뭐 나쁠 것은 없다. 그렇지만 내가 미국에 온이유는 미국적인 것을 찾기 위해서 왔는데 아프리칸만 실컷 보다가면 뭐하러 미국에 오겠는가 그냥 아프리카로 가지. 내가 만일 아프리카를 여행하는데 아프리칸은 구경도 못하고 백인만 실컷 보고 다닌다면 역시 좀 짜증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초장부터 오래있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한달 계약이 끝나는대로 나는 새로운 지역을 찾아 떠나게 되었고 또한번의 방찾기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제 주소만 보면 그지역이 어디인지 바로 알게 되어서 이번에는 할렘을 제외한 지역을 물색했는데 두 번째 머물게 된 장소는 부르클린이었다.

뉴욕과 파리일기 11편

  페르난도는 역시 그림도 그리고 음악가 이면서 작가이기도 하다며 자기자신을 소개했다. 나도 역시 글을 쓰니 비슷한 점이 많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우연히 만날수 있는지 놀라워하자 그는 뉴욕에는 전세계의 예술가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어디서든지 쉽게 예술가들을 만날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내가 가져온 그림을 보자고 하더니 자기 친구를 한명 소개시켜 주겠다고 한다. 그는 어느 미술관련 잡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하고 있으며 화랑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되지 않았는지 시간되면 그림을 보러 오라는 통화 메시지를 남겼다.

   나에게는 여러모로 좋은 기회였는데 나는 그 기회를 그만 날려 버렸다. 나는 페르난도가 좋았지만 페르난도는 확실하게 같이 방을 계속 쓰라는 말은 하지 않고 내일은 일요일이니 부동산이 문을 닫았을 것이고 월요일날 까지 지내다가 월요일날 집을 알아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만일 그가 얼마를 내고 방을 써라 하고 말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지만 그는 돈을 받기도 미안한지 딱히 그런 말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무작정 신세지는 것이 미안해서 하루라도 그냥 더있기는 불편했다.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내가 얼마를 줄테니 방을 같이 쓰자 하고 제안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페르난도의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나는 바로 집을 나왔다 그전날 저녁에 페르난도의 전화를 빌려 몇군데 통화를 했는데 오라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나는 페르난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내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한후 헤어졌다. 선물로 연필로 그린 내그림 몇장을 건네주었다.

   연락이 오기를 기대했는데 연락이 없었고 나도 그에게 연락을 해보려고 했는데 연락처를 분실했다. 우왕좌왕하다가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지금도 후회가 막심하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기회란 공중의 파리만큼이나 많다. 그 기회는 많아보이지만 카멜레온처럼 잡아채지 않으면 그냥 놓쳐 버리고 만다. 기회는 근처까지 오지만 저절로 안겨다 주지 않는다. 그렇게 살면서 나는 좋은 기회를 여러번 놓쳐 왔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연락이 되어 찾아간곳은 할렘이었었다. 룸메이트 사이트에서 찾아낸 대부분의 집들이 할렘쪽의 집이었다. 처음에 나는 주소만 보고서 그 지역이 어떤 지역인지를 잘 몰랐다. 찾아가면 할렘이고 또 찾아가보면 할렘인 것이었다. 할렘의 거리에는 온통 아프리칸들 뿐이었다. 페르난도를 만났던 곳은 할렘에서 더 위에 위치한 곳으로 그곳은 히스패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금 내려가면 이스트 할렘과 웨스트 할렘이 있다. 뉴욕은 모든 지명이 웨스트와 이스트로 나누어진다.

할렘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아프리칸들의 거주지다. 히스패닉도 한 30%는 되는 것 같다. 이스트 할렘은 가보지 않았지만 웨스트 할렘은 꽤 발전해서 다른지역과 여타 다를바가 없다고 하며 실제로 그렇다. 전화로 예약을 하고 찾아간 곳은 6층주택이었는데 두명의 여성이 같이 살고 있었다. 한명은 히스패닉이고 한명은 아프리칸이었다. 집은 무척이나 깨끗하고 큰 스피커가 딸린 대형 tv도 있다. 직업은 간호사이며 저녁에만 집에 있고 낮엔 사람이 없으니 편하게 쓰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얼마전에 페인트칠을 했다는데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어었다.

나는 일전에 집안에다 뭣도 모르고 페인트를 발랐다가 아토피를 겪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몇 달간 지내기는 무리일 것 같다. 큰일이다. 일요일이라 부동산도 문을 열지 않았다. 다시 페르난도에게 돌아갈까 생각하고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다. 어디로 갈생각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고 지하철역을 향해 짐을 끌고 걷고 있는데 어느 부동산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한달 700달러에 바로 계약을 했다. 나중에 안사실이지만 원칙상으로 페르난도가 하는 말과는 달리 뉴욕에서 부동산을 통해 방하나를 계약하자면 세달치 월세가 부동산 비로 날아간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 방이 하나 비었으니 쓰게 해주겠다며 복비없이 계약을 해주었다. 그래서 방찾으러 짐을 짊어지고 돌아다닌 뉴욕에서의 첫 방황은 그렇게 끝났고 나는 한숨을 돌렸다.

그는 나이보다 동안인 30대 중반에 키가 2미터에 달하고 호리호리한 아프리칸이었다. 생긴건 잘생긴 편이다. 부동산은 아르바이트고 본업은 댄서이면서 디제이었다. 아파트는 4층에 있었는데 그냥 쓸 만했다. 원래는 좋은 아파트였는데 그가 험하게 써서 좀 망가졌을 뿐이다. 그는 자기방을 나에게 내주고 자기는 거실로 거처를 옮겼다.

나에게 열쇠를 주고 그는 다시 출근을 했다. 잠깐 침대에 누워 머리를 식힌후 배가 고파서 밖에 나가려는데 문고리가 쑥 빠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리지가 않는 것이었다. 이런 젠장.. 나는 저녁 7시에나 퇴근한다는 그를 기다리기가 지쳐서 냉장고에서 그의 음식을 마구 꺼내먹었다.

그러다가 나는 펜치를 하나 발견하고 뻰치를 잡고 빠진 문고리를 돌려서 열수가 있었다. 그리고 잠깐밖에 나가서 일도 보고 몇시간 후에 돌아왔다. 눈치를 보니 내가 음식을 꺼내먹은 것을 알고 당황환 기색이다. 그렇게 안봤는데 왕빈대가 들어온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문이 잠겼던 상황을 설명하고 보상으로 두유 한통을 건냈다.

문고리가 빠진 것은 둘째치고 대부분의 형광등은 모두 나가고 촛불을 켜놓고 쓰고 살았다.

뉴욕과 파리일기 10편

이쯤에서 파리일기는 접고 뉴욕으로 넘어 가 보도록 하겠다. 12월 27일 뉴욕행 비행기를 나는 타지 못했다. 눈이 너무 와서 비행기가 캔슬되었다. 이틀 뒤인 29일자 비행기도 놓치고 말았다. 두시간전공항 도착이었는데 55분전 도착했다. 늦은 것도 아니고 아직시간이 있으므로 탈줄알았다. 바로전에 마감했단다. 할 수 없이 다시 비행기는 31날 출발해서 1월 1일날 뉴욕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JFK 공항위의 뉴욕은 성냥갑같은 집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목적지인 Myrtle 애버뉴까지 지하철로 편하게 갈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지하철이 어디 붙었는지 몰라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알고 보니 택시 운전사들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택시를 태워보려고 말을 빙빙 돌리며 지하철 역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다. 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사람들을 만류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한 전화카드 판매인에게 물어본후에서야 지하철을 탈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바라보는 뉴욕의 풍경은 정말 폭탄이라도 맞은 듯 황량해 보였다. 높은 건물은 하나도 없고 모두 낮게 이어진 집들 뿐이며 그 집들 사이에 주차해놓은 차들이 전부였다. 뉴욕에서도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다. 길을 묻기라도 하면 마치 길거리 인터뷰라도 하는 듯 열성적으로 가르쳐준다. 어떤 사람은 묻지도 않았는데 내가 누구한테 묻는 것을 엿들었는지 뒤에서 따라오면서 조언을 해준다.

  과연 파리에서는 모든 사람이 불어를 쓰고 뉴욕에서는 모든 사람이 영어를 쓴다. 왜 꼭 그래야만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우스운 생각이 자꾸든다. 그게 당연한것인데 꼭 안그래도 될 것만 같다. 어쨌든 갑자기 사용언어를 불어에서 영어로 바꾸니 무척 편하기는 하다. 하고 싶은 말도 자유롭게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도 불어는 쓰는 듯하다가 영어로 바꿔 쓰기는 했지만 그나마 마냥 쓰기는 좀 그렇다. 그들도 영어가 외국어일텐데 길게 얘기해봐야 그들도 머리아플 것 같아서 필요한 말만 하게 된다.

   마를 에버뉴에는 내가 입주하기로 예약한 집이 있었으며 그 집을 찾아가는 중이었는데 한가지 염려스러운 점이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호스텔에 거주했었지만 뉴욕에서는 호스텔을 예약하지 않았다. 한창 성수기라서 호스텔을 잡을 수 없었고 왠만한 곳은 무척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서 룸메이트를 검색하다가 룸메이트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를 하나 알게 되었다. 사실 룸메이트라기 보다는 그냥 방하나 월세주는 개념이었다.

   마를 애버뉴에서 한달에 600달러짜리 방을 준다는 광고를 읽고 이메일로 접속해서 예약을 했었는데 막상 도착하기전 며칠전에 연락을 해보니 회신이 없는 것이다. 도착해보니 문은 잠겨져 있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십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마치 언덕을 만들어놓은 듯이 한쪽방향으로 쌓아놓아 굳어진 눈의 키가 허리정도까지의 높이었다.

   다시 공중전화 박스를 붙잡고 두 번째로 메모해둔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악센트를 들으니 오리지날 미국인이 아닌 듯하다. 히스패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슨말을 하면 잘 못알아 듣고 동문서답을 하기도 하고 대화하기가 무척 힘든 것이다. 어쨌든 간신히 방문 허락을 받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짐을 짊어지고 도착장소로 향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뉴욕에는 파리처럼 에스컬레이터가 없고 화장실도 없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종종 있기는 하다.

    도착하는 곳은 165street 인가 하는 곳으로 맨해탄의 북쪽 끝이다. 더 올라가면 맨해탄을 지나서 브롱스로 연결된다. 오기전에 전화할 때 주소를 알려달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못알아들어서 결국 주소를 받지 못하고 도착해서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전화를 해보니 또 동문서답만 계속한다.

    해는 어느덧 저물어 어둑어둑 해졌는데 까딱하다가는 길거리에서 자게 생겼다. 짐이나 없으면 다행이겠다 싶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중년남성이 나에게 다가와 뭐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아도 누굴 불러 도움을 요청할 판이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는 피부가 검은편인 히스패닉으로 안토니오 반데라스같이 생긴 미남이었는데 알고보니 택시 운전사였다. 한건 건지러 온 것 같았지만 그리 잇속만 챙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휴대폰으로 그사람에게 전화를 하더니 속사포 같이 빠른 스페인어로 전화를 하고나서는 그가 올테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후 집주인이 나를 데리러 도착했고 나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그와 헤어졌다.

   나는 속이 부글 부글 끓었다. 집주인을 만나기는 했지만 알고보니 내가 거주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도 않는 듯했다. 지금까지 고생시킨것도 짜증나고 말하는것도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확실하지가 않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따지듯이 잘라 물었다. Can I stay or not ? (잘 수 있다는거야 아니야?) 그랬더니 그는 조금 당황한 듯이 Yes you can stay. (있어 있다구) 라고 말했다. 오케이! 하고 바라본 그가 사는 아파트는 생각외로 으리빵빵했다. 완전 대리석으로 지어진 아파트였다.

    그를 따라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그 아파트와 같이 뉴욕의 엘리베이터는 진짜 신기하게 생겨먹었다. 한국에서 보는 엘리베이터에 덧문이 하나 달려있는데 이 덧문을 손으로 잡아당겨열어야 엘리베이터를 탈수 있다. 겉으로 봐서는 어디가 엘리베이터인지 잘 모른다.

    아파트안에는 몇 명의 외국인들이 나와있었고 나를 데리고온 페르난도는 사실 지금 남는 방이 없는데 자기와 같이 방을 쓰지 않겠냐고 한다. 얼마냐고 하니까 그냥 내가 잘곳이 없다고 하니까 오라고 했다는 것이며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예상과는 달리 잔머리 굴리는 약아빠진 친구는 아니었다. 무척 순수한 청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것인데 미국에는 히스패닉이 무척 많다. 즉 스페인어를 쓰는 남아메리카의 수십여개의 국가에서 온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 히스패닉은 대부분 종교가 카톨릭으로 무척 성격이 착하고 순수하며 남을 돕기를 좋아한다.

    내가 전화로 방이 있냐고 물었을 때 그가 며칠뒤에 방이 나올지도 모르니 며칠뒤에 전화하라고 하길래 내가 당장 잘곳이 없다고 하자 도와주려는 셈으로 나를 오라고 했던 것이다.

뉴욕과 파리일기 9편

한국에 있을 때 언어교환으로 만났던 프랑스인 친구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파리에서 박사과정 밟고 있는 한국인 친구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파리에 도착해서 바로 연락을 해보았었는데 한달 정도 후에 만날수 있었다. 오페라 역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만났는데 그가 좋은 어학원이 있다며 추천을 해주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보증인 절차가 까다로워서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학원에 다닐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굳이 한국에서 복잡한 수속을 밟지 않더라도 와서 등록을 하면 얼마든지 연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친구가 소개시켜 준 어학원은 한달에 350유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세시간이나 한다. 시간에 비해서 꽤 저렴한 편이다. 조그만 방에 15명 들어가며 오붓하게 공부할 수 있다. 선생님은 한 30대 중반 정도되어보이는 제롬이라는 남성인데 귀하고 눈섭등에 피어싱을 했다. 청바지는 아래로 내려서 입었다. 파리에서는 청바지를 벗겨질 정도로 내려 입는다. 뒤에서 보면 팬티가 반이나 보인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패션은 종종 볼수 있지만 파리에서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파리에서는 거의 젊은 친구들은 다 이렇게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롬은 목소리가 굵고 느릿느릿하면서 어찌나 정확하고 꼼꼼하게 가르치는지 그 어렵다는 프랑스어가 인수분해 보다도 더 쉽게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한 달 배우는데 마치 한국에서 6개월 배운 것처럼 불어가 쑥 쑥 늘어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학생들은 대부분 동양계였다. 일본인과 중국인 그리고 한국인이 대부분이고 러시아에서 온 친구도 있다. 러시아어는 프랑스어와 흡사한 면이 있어서 러시아 사람들은 불어를 빨리 배운다. 모든 명사가 남성 여성으로 나누어져있고 형용사가 명사를 뒤에서 수식힌다. 러시아어에는 중성까지 있어서 불어가 오히려 더 쉬운 셈이다.

   학원에는 중국인 학생이 가장 많았는데 이참에 이야기 하자면 프랑스에는 중국인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뉴욕에도 중국인이 많다. 한국이나 일본인가게는 그에 비하면 10% 정도밖에 안된다. 생각했던것과는 달리 뉴욕과 파리의 중국인 지역은 한마디로 폐허와 같다. 생계 형으로만 장사를 하고 멋을 내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산다. 곧이어 중국이 세계의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측하고 있지만 아직도 중국은 가난해 보이기만 한다. 명품 점 앞에 줄을 선 중국인은 다 어디로 갔는지 중국인 지역은 한국의 60년대를 보는 것 같이 낡고 허름하다. 파리와 뉴욕의 외관을 많이 손상시킨다. 같은 동양국가의 한사람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닐수 없을 정도다. 빨리 중국이 발전해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이 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중국인들은 프랑스어를 할 때 도대체 중국어인지 불어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로 중국식으로 불어를 한다. 한달 정도 지나자 나까지 물들어 가는 것 같아서 바짝 긴장이 되었다. 일본인들도 일부는 일본식으로 불어를 한다.

뉴욕과 파리일기 8편

파리에서 개인전을 한번 갖고자 나는 8점의 유화를 한국에서 가지고 왔다. 화랑을 대관하려면 관계자들을 만나야 할테니 짧은 불어로 화랑가를 돌아다니며 개인전을 가지고 싶은데 가능하겠느냐며 문의를 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명함이 있으니 포트폴리오를 보내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화랑에서 한 한국인 직원을 만났다. 그녀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좀 도와주고 싶었는지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내가 묻지도 않는것에 대해서 시시콜콜 알려주었다. 우선 포트 폴리오를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다고 하더라도 보내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읽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십 여 군데의 화랑 이메일을 확보하여 메일로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나중에 수신확인을 해보니 그중에서 7개 정도만 메일확인이 되어있었고 그 확인된 메일이나마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모를 일이다. 한군데서 회신이 왔는데 우리는 대관을 하지 않으며 충분한 화가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 화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파리의 화랑 운영체계는 한국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즉 파리는 대관 시스템 (화랑을 대여해주고 대여비를 받음) 이 없다. 한국에도 대관을 하지 않는 화랑들이 종종 있는데 이 화랑들은 상설 전시화랑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상설전시 화랑에서 따로 특정 작가의 전시회를 여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냥 항상 가지고 있는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전시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약 한달정도로 개인전을 연다. 보유하고 있는 작가가 10명이라면 이 10명들이 돌아가면서 개인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관이 아니므로 화가가 비용을 대는 것이 아니며 이렇게 개인전을 하고 난후 판매되는 작품은 화랑과 화가가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대관료가 얼마냐고 메일로 물었던 것이 한참 잘못이었던 것이다. 일부 대관을 하는 화랑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이들 화랑 중 두군데서 교섭이 있었지만 파리의 화랑 시스템을 알고 나서 대관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냥 전시계획을 접고 말았다. 대관을 하게 되면 누구든지 돈만내면 전시회를 할 수 있으니 화가로서는 편하겠지만 아무래도 전시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화랑가를 둘러보면 파리의 화랑가 작품들과는 현저하게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 한국에서 정말로 쓸 만한 전시는 전체 전시의 10%도 되지 않는다.

뉴욕도 파리와 비슷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림의 경향을 보자면 파리도 그렇고 뉴욕도 마찬가지인데 구상계열의 그림은 거의 실종되었다. 모두 컨템포러리 아트 (현대미술)라고 일컬어지는 도무지 무엇을 표현했는지 알수 없는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추상화 마저도 보기좋고 이쁜 추상화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파리와 뉴욕의 그림들은 그런 추상화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미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뻔하게 상투적인 키취같은 추상화는 없다.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과연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뉴욕에서 본 한 화랑에서는 한 이머징 아티스트(신진작가)의 전시회를 열고 있었는데 가격은 약 400달러선. 대개 화랑에서 판매되는 작품의 평균가격은 대략 700달러에서 1500달러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듯한데 신진작가의 경우 좀 더 믿돈다. 그 이머징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수퍼마켓에서 흔히 사용하는 검정 비닐 봉투를 대강 뭉쳐서 얼굴로 만들어 표현한 작품이다. 미적인 표현 제로다. 나름대로 뜻은 있겠지만 도대체 누가 저 그림을 사다가 집에다 걸거나 작품으로 보관하겠는가? 화랑도 밥을 먹고 살려면 그림을 전시만 하는 것은 아니고 분명히 팔기위해서 작품을 전시 할 것이고 그리고 팔릴 만한 작품을 하는 작가를 선정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작품을 사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어야 할텐데 그 작품을 사는 사람이 예술적인 조예가 깊은 사람일까? 예술적 조예가 없으니 당연히 한국의 전시처럼 그냥 이쁘장한 그림에만 시선이 갈 것은 분명할 것인데 어떻게 그런 작품들이 생존할 수 있는지는 이해가 안가면서도 부러운 점이었다.

파리에서는 미술에 대한 대중성이 대단하여 어디를 가도 공연과 전시가 빠지지 않으며 전시회를 열면 전시회에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한국처럼 일가친척만 왔다가는 전시가 아니다. 인사동에도 매번 전시가 있지만 무료로 들어가는 화랑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아 텅텅빈 화랑이 대부분이다. 화랑전시가 무료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 일 것이라 생각된다.

호스텔에 새로 입주한 한 한국인 친구가 누이 블랑쉬라는 축제가 있다면서 나를 데리고 갔다. 나는 옆에 있는 노르웨이에서 온 금발머리의 청년과 한참 친하게 지내던 터라 같이 가자고 제의했는데 그 친구는 핑계를 대면서 자리를 피했다. 한국인 친구는 나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하는 반면 이상하게도 그 외국인에게는 초면부터 쌀쌀맞게 대하는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기에 좀 안스러웠다.

누이 블랑쉬는 밤새워서 사람들이 거리에서 쏘다니면서 놀고 마시고 하는 축제다. 그와 친분이 있다는 프랑스에서 취업하여 살고 있다는 한 베트남 여성과 그 베트남 여성과 친구라는 프랑스인 여자친구가 나왔다. 프랑스 여자친구는 직업이 변호사란다. 베트남은 과거에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따라서 불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과연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에도 사람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축제가 별게 아니다. 모두 화랑전시였다. 그냥 보통 때 매일 접하는 화랑 전시를 굳이 밤새워서까지 볼게 무엇이며 또 이걸 보려고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무엇인지.., 그만큼 미술은 프랑스에서는 한국으로 치자면 마치 월드컵때 시청앞에서 모여서 축구보는 것만큼 대중화 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쳐다 보지도 않는 손으로 그렸는지 발로 그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그림들에 프랑스인들은 대중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이다.

전시를 둘러본 후 어디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며 들어간 곳은 어느 레스토랑이었는데 서너명 정도의 연주가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곳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앙상떼'라고 말하면서 술잔을 부딛히며 눈을 서로 똑바로 마주보는 것이 전통이라면서 베트남 여성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술 한잔을 거의 마시고 있을 무렵 어떤 한 50세 정도 되어보이는 배가 남산만하게 나온 한 아저씨가 우리 테이블에 왔다. 그러더니.. 어디서 왔느냐 일본에서 왔느냐 하면서 친한 척을 하면서 끼고 싶어했다. 무척 인상좋고 점잖아 보였는데 단지 술기운에 조금 흥을 돋운 것 뿐이었다. 나는 이것이야 말로 프랑스인과 더 가까이 접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서둘러 카메라를 돌렸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각도만 잘 맞추면 안찍은 듯이 촬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두 여성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말 건사람 무안하게시리 나가자고 둘이 협의를 본 후 우리를 끌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술이 확 깬 듯이 보이는 그 아저씨한테 대신 웃으면서 위로의 말을 몇마디 해주고 자리를 떴다. 베트남 여성과는 헤어지고 프랑스 여성과는 돌아가는 길이 같아 지하철에서 다시 좀 대화를 나눈후 헤어졌는데 왠지 헤어질때 뭔가 잊은 것 없어? 하는 표정이다. 좀더 살아보니 프랑스에서 남녀가 헤어지거나 만날때 볼 따구니에 키스를 해주는 것이 상례인데 무식한 나하고 한국친구가 둘다 멀거니 서서 아무것도 안하니 답답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과 파리일기 7편

   파리에 가면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것이 소매치기다. 파리 및 이탈리아 스페인등의 소매치기에 대한 것은 익히 들어알고 있어서 사실 가기전에 적잖이 우려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학원 강사인 쥴리앙한테 물어보니 요즘은 치안이 많이 강화되어서 그닥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휴대폰 쓸때 벽쪽으로 붙어서 하는게 좋다는 것이 아닌가? 누가 갑자기 채갈수 있다나.

  어쨌거나 파리에는 도착했고 공항에서 내려 전철역을 타야 하는데 이건 도무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좀 난감한 것이다. 이쪽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왠지 확신이 서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데 한 프랑스인 청년이 내게 다가와서 영어로 친절하게 나를 플랫품까지 모셔다 주었다. 그렇게 처음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파랗고 노랗게 알록달록한 프랑스의 지하철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턱주가리가 마치 빗살무늬 토기만큼이나 길면서도 무척이나 잘생긴 그 청년은 갈아타는 곳 전까지 같이 동행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영어로 하고 헤어졌다.

   프랑스인은 꽤 영어를 잘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어와 영어는 스페인어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비슷하다. 내가 프랑스어를 좀 할라치면 영어할줄 아세요? 하고 먼저 선수를 친다. 그리고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식적으로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한테 영어썼다가 완전 무시당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이거는 도대체 프랑스어를 써먹기조차 힘들게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그래 너희 영어 잘하지? 하면서 바로 영어를 써대는 것하고 프랑스어를 썼다가 영어로 바꾸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프랑스를 떠날무렵 즘 되니 내 프랑스어가 많이 늘었나보다. 비행기가 캔슬되어 나는 혹시 보상이 있을까 하여 상담차 항공사를 찾았는데 왠만큼 길게 이야기 했는데도 영어할줄 아세요? 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결국 내가 더 길게 이야기 하기가 벅차서 영어로 하겠다고 해서 영어로 바꾸기는 했지만 먼저 바꾸기를 제의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빗살무늬토기 친구와 헤어지면서 민박집에 도착하면서 사람들을 살펴보니 너무 얌전해 보이고 조금만 살짝 부딛쳐도 빠동 빠동(실례합니다.) 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 것이 아닌가. 프랑스 인은 사고는 자유롭지만 예의범절을 무척 중요시 여기는 듯 하다. 수퍼마켓이나 지하철 역에서 직원을 만나면 반드시 봉주르(안녕) 하고 인사말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갈때는 본조네(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또 헤어질때하는 인삿말을 해주면 된다. 무턱대고 돈만 집어던지고 계산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하도 빠동소리를 자주 듣다보니 프랑스가 소매치기에 위험한 나라라는 사실을 그만 망각하고 말았다.

괜한 소문이겠지.. 뭐 그런생각이 들고 .. 아니 지가 아무리 괘도 루팡이라도 어떻게 주머니에 든 돈을 빼내. 멍청하니까 어디다 흘리고 다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고 나는 적지 않은 돈을 주머니에 늘 넣고 다녔다. 뒷주머니에 지퍼까지 달렸으니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호스텔 주인누나 하는 말이 바로 얼마전에도 누가 누가 당했으며 하여튼 쥐도새도 모르게 가져가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냥 스치는 말로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한번은 400 유로(약 60만원) 를 뒷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돈이 없어지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파리의 소매치기는 꽤 유명하다. 전세계의 소매치기들이 모두 파리에와서 영업을 한다고 한다. 지갑에서 100유로 짜리 하나를 꺼내는 것을 보면 끝까지 따라온단다. 그날 나는 100유로 짜리 거슬러 주는데가 많지 않아서 돈을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은 과정을 두어번 했었는데 이것을 보고 따라온 모양이다. 뒷 주머니 지퍼를 열고 가져간 것 같았다.

도대체 언제 가져간거지? 혼잡한 전철역안에서 바로 내뒤에 앉아있던 한 청년이 일어서면서 나한테하는 말이 가방을 뒤로 들고 있으면 누가 돈 꺼내간다고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보고 튀 빠글르 프롱싸?(불어 할줄 알아요?) 하고 묻는다. 프롱세도 아니고 프롱싸라니.. 프랑스인이 아니고 외국인인 것 같다. 나는 앙뿌. 하고 대답한 후 속으로 별 걱정을 다해주는 노파심많은 청년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몇시간 뒤에 돈이 없어졌다. 벌써 털렸을 수도 있고 그 이후 몇시간 동안 학원친구들하고 야외수업으로 유기농 시장구경을 하던 참이었는데 그사이 털렸을 수도 있다. 누가 하는 말이 그놈이 범인이라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도둑이 조심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테니 능글맞게 그렇게 이야기 해주고 간 것이라는 것이다.

일전에 호스텔 누나가 하는 말이 돈은 절대 들고 다니지 말 것이며 그래도 가지고 있으면 가방은 뒤로 차지 말고 앞으로 차라는 것이다. 막상 소매치기를 당하고 사람들을 보니까 과연 사람들이 모두 가방을 앞으로 쥐어잡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 세상에 얼마나 털렸으면 전부 저러고 다니는지... 한번은 어떤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지하철 안에서 하염없이 펑펑 울고 있어서 왜그럴까 궁금했었는데 가만생각하니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는 관광객들이 무척 많아서 국가 수입의 대부분이 관광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또 그 중에는 돈많은 사람들도 많다. 독일 스페인등 근접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도 꽤 많아서 얼핏보면 이들과 프랑스인이 구분이 안된다. 명품파는 건물 앞에는 한번에 다 못들어 가는지 중국인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보인다.

뉴욕과 파리일기 6편

파리의 건물들은 그렇게 무척 아름답고 거리에는 간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간판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처럼 허접하면서 어마어마하고 산만하기만 한 간판은 없고 간판이있는 경우 주변경관을 해치지 않을 만큼 예술적인 경우이다. 대부분 가게의 이름이 조그만 글씨로 비막이 차양 천 앞자락에 써있는 정도인데, 간판이 없이 어떻게 그 상점이 뭐하는 상점인지 알고 들어가겠어? 하고 생각하겠지만 간판이 없더라도 밖에서 보이는 가게 안에서 팔고 있는 것들이라던지 내용들이 충분히 그 가게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전혀 가게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안에 책이 있으면 서점이구나 하고 들어가면 되는데 굳이 커다란 간판이 필요가 있겠는가? 만일 전부 간판을 없앤다면 굳이 간판이 따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뉴욕도 비슷하다. 뉴욕은 좀 크게 글씨를 써놓은 집이 많이 있어서 파리보다는 좀 산만해 보이기는 하는데 이 글씨가 한국처럼 돈도 엄청 들었고 전기세도 엄청 들어갈 만한 형광등 들어간 사각형 간판이 아니라 가게마다 필수적으로 붙어있는 천으로 된 차양이 간판을 대신하고 그 천위에 글씨를 써놓는 정도이다. 가끔씩 네모난 간판을 벾위에 박아놓은 가게도 있기는 한데 이런 가게는 10중 8 9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한국인은 고집이 세서 불필요한 것을 죽어라고 하는 기질이 있는 듯하다. 사실 천장에 다는 불도 스탠드를 쓰면 필요가 없다. 호텔에서는 객실내 천장에 불이 달려 있지 않다. 직접조명이 분위기를 망치기 때문이다. 한번은 한국에서 천장에 불 안 달았다가 집팔때 애 먹었던 적이있다. 다시 구멍 뚤어서 달아 주겠다고해서 겨우 팔수 있었다.

   한국이 외국에 비해 강한 면이 하나 있다면 바로 안방처럼 깨끗한 지하철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 외국인들이 한국 지하철 안에 앉아서 캔맥주 마시면서 포카까지 쳐서 사람들이 신고해서 해산했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외국에서 지하철 타다가 한국오면 진짜 너무 깨끗해서 한번 바닥에 앉아보고 싶을 정도다. 아니 베게만 있으면 눞는 것은 어떨까?

  프랑스와 뉴욕의 지하철 사정은 한국만큼 좋지 않다. 첫째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여행객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둘째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이 지하철내에만 없는 것이 아니고 왠만한 건물 안에도 화장실이 없다. 어느때는 소변 한번 볼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금 지나면 어느전철역에서 내리면 어떤 건물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여행 객으로서는 좀 난감하다. 그러자니 만만한 곳이 지하철안이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누군가 지려놓은 소변쩔은 냄새가 자욱하다. 냄새는 좀 나지만 쓰레기통이 무지하게 많은지라 깨끗하기는 한데... 멋내기는 빠지지 않는 파리인지라 쓰레기통도 아주 예술적으로 생겼다. 그런데 뉴욕은 냄새에다가 지저분하기 까지하다. 뉴욕도 화장실없기는 파리와 마찬가진데 쓰레기가 지하철 선로안에 가득차있고 물이 흐르고 있는데다가 고양이 만한 쥐가 돌아다닌다.

그렇게 외국에서 6개월을 지내다가 쌈박한 스크린 도어까지 샥 열리는 한국의 지하철을 보게 되면 갑자기 완전 부자된 느낌이다. 선진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마저든다. 마치 80년대 미국방문한 한국인이 눈이 휘둥그래 지듯이 요즘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지하철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리라 생각된다.

파리의 지하철은 한국이나 뉴욕처럼 양쪽으로 의자가 나있지 않고 마치 기차처럼 서로 마주보도록 의자가 위치해 있어서 코앞에서 잘생긴 외국인들을 들여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뉴욕의 지하철은 크기와 구조면에서 한국의 지하철과 아주 흡사하다. 그렇지만 파리의 지하철은 사뭇달라서 색다르다. 이미 말한바 있지만 덜컹거림이 심하고 버튼을 눌러서 수동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한국 지하철 3분의 2정도로 무척 좁은 편이다.

버스는 파리의 버스를 따라갈수가 없다. 두 세 배는 크고 유리창도 커서 마치 걷는 것 처럼 훤하게 바깥이 보인다. 버스 바닥이 무척 낮아서 오르고 내릴 필요도 없다.

파리와 뉴욕은 특히 지하철 안에 요즘 한국에서는 어디로 잡아갔는지 거의 찾아볼수 없는 거지들도 많고 모자나 종이컵 안에 푼돈을 받고 공연을 펼치는 예술가들이 많다. 파리에서는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거지들조차 볼거리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멀쩡하게 생긴 거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파리에서는 거지들조차 예술적이다. 이들은 딱히 거지라기 보다는 집시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동전 받는 깡통 옆에 세파트같은 커다란 개한 마리를 쉽게 볼수 있다. 구걸을 하더라도 개 먹일 밥정도는 있는 것이다. 생긴것도 그닥 궁해 보이지 않으며 어떤사람은 너무 멀쩡해 보여서 당신 거지 맞아? 하고 묻고 싶어진다. 어떤 여자는 머리를 산발을 하고 바람에 휘날리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서 두팔을 앞으로 벌리고 손을 내밀고 있는데 골판지에 제 팜 (배고파요) 이라고 써있다. 첨엔 무슨 예술공연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거지다.

지하철 곳곳에는 예술가들이 진을 치고 몇푼받겠다고 하루종을 트럼펫이나 각종 악기들을 연주하고 있는데 도대체 얼마를 버는지 의아하다.아무리봐도 입에 풀칠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예술가들이야 말로 파리를 빛내주는 파리의 명물이 아닐수 없다. 지하철 내에 울려퍼지는 흥겨운 샹송소리는 저절로 동전 몇푼을 주머니에서 꺼내게 만들고 많은사람들이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간다. 뉴욕도 이와 비슷하지만 뉴욕은 주로 아프리칸들의 브레이크 댄스가 주를 이룬다.

뉴욕과 파리일기 5 편

   호스텔 도착 후 첫날과 다음날은 프랑스인 남편과 사는 호스텔 주인누나와 나무가 우거진 뒷마당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호스텔내에 있는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하고 집주위 동네를 돌아다니며 보냈다. 집 주위 동네는 과연 프랑스 답게 동화속에서나 나옴직한 정말 한번 살아보고 싶은 정원이 딸린 아름다운 집들로 이어져 있었는데 쉽게 예를 들자면 바로 집에다가 스파게티집 하나 차려도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내가 거주하던 호스텔도 말하자면 프랑스의 가정집 중의 하나를 임대해 쓰는 것이었으므로 나는 프랑스의 가정주택에서 살아본 셈이다. 후에 다른집도 몇군데 들어가 보았는데 한국처럼 장판과 벽지는 쓰지 않는 듯하다. 바닥은 돌로 되어있고 벽은 그냥 벽으로 되어있다.

   한국의 집은 거의 아파트로 변형되었는데 주택가를 보면 빨간 벽돌집이 대부분이다. 마치 한사람이 지은 듯 그집이 그집같고 나무는 한집에 한 두그루 정도 심어놓은 것이 전부다. 프랑스의 집은 각각 다른 형태의 집으로 똑같은 집이 하나도 없고 정원이 무척 잘 가꾸어져 있다. 그 정원에는 마침 가을이어서 그런지 조그마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나는 그 열매들을 따서 먹어보았는데 어떤 것은 뱉어내야 했지만 어떤 것은 무척 맛이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열매들을 엄청나게 따먹었다. 어떤 동네를 가면 쬐끄만 사과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기도 하고, 어떤나무는 마치 고추 말려놓은 것 같은 열매가 열렸길래 따먹어 봤더니 마치 설탕을 발라 놓은 듯 달고 새콤한 것이었다. 가장 좋아했던 나무 열매는 전나무와 비슷한 나무인데 마치 주판 알처럼 양쪽으로 구멍이 정교하게 나있는 빨간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씹으면 끈적끈적하면서 달콤한 것이 사먹는 과일들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더군다나 비싼 환율에 적응하기 어려운 판에 과일값대신 이런 걸로 때워야겠다고 생각하고 겨울들어가기전까지는 매일 먹었던 것 같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왜 이렇게 맛있는 과일들을 따먹지 않고 버려두는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한번은 한창 과일을 따먹고 있는데 초등학생 세명이 지나가다 나를 발견하고는 몬슈. 라 후귀 아부와 쁘와송 ! 느 망제 빠 ( 그 과일들은 독이 들었어요 먹으면 안돼요) 그러는 것이었다. 나는 빠드 프고블렘 세 봉 ! ( 괜찮아 맛있기만 한데?) 그랬더니 그 초등학생들은 구제불능이라는 듯이 바라보다가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

   한국에 있었을 때 길거리에서 코스모스 꽃도 따서 씹어먹었던 사람이다. 무궁화 꽃이 제일 맛있는 편이었다. 길거리에 핀 꽃이나 과일들을 만져보면 비와 이슬에 씻겨나갔는지 생각보다 먼지가 묻지도 않았고 먼지가 있다 한들 그 먼지가 농약친 것보다 더 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일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파리는 과일 천국이다. 과일 값이 무척싸서 환율을 따져봐도 한국에서 먹는 것 보다 오히려 싼 편이었다. 그리고 과일의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무척 뛰어나고 품질이 좋다. 특히 바나나는 한국에서 먹는 바나나와는 차원이 틀리다. 프랑스에서 바나나를 먹어본 후 한국의 바나나는 진짜 바나나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유기농 식품들도 많이 나오는데 값이 한국에서 처럼 그렇게 비싸지 않다.

  한국의 도심을 지나가다 보면 뭔가를 먹어야 할 때 반드시 식당을 찾게 된다. 과일을 먹으려고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동네 수퍼마켓이 아니면 찾을수 없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도심 한복판에도 과일 파는 곳이 무척 많다. 한봉지 사서 식사를 대신할 때가 많았다. 뉴욕에서도 왠만한 수퍼마켓에서 바나나를 팔기는 하지만 프랑스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뉴욕은 파리처럼 독립된 형태의 주택가가 없다. 나무있고 정원딸린 개인 주택이 없고 어떻게 그렇게 지었는지 신기할만큼 건물과 건물들사이에 틈이 없이 딱 붙어 있다. 땅덩어리도 넓은 나라가 왜 그렇게 건물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한집 한집 집을 지은 것이 아니고 초장에 한꺼번에 지은 모양이다.

   파리에서 동네를 떠나 다시 지하철을 타고 제일먼저 찾은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는데 지하철 밖으로 나오자마자 펼쳐진 그 광경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나 파리 스럽고 너무나 이국적인 그 웅장한 건물... 괜히 파리가 아닌듯한.. 그런데 알고 보니 파리는 루브르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파리 전체가 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어딜가도 그냥 밋밋한 건물이 없고 뭘 그렇게 파놓았는지 꼬불꼬불한 대리석 조각이 안붙어 있으면 건물이 아니었다.

   뉴욕에서도 건물들의 장식은 꽤나 정교한 편이다. 파리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건물이 밋밋하지는 않다. 밋밋해도 잘 만 지어놓으면 마던한 느낌도 들고 세련된 느낌도 들으니 그리 나쁜 것은 아닐테지만 하여튼 뉴욕의 건물들은 무척 장식적이다. 아마 영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듯하고 영국에가면 더 하다고 하니 영국에가면 건물들 보는것만으로도 별로 지루하지는 않을듯하다.

이제 루브르도 가봤고 퐁피두미술관도 가봤다. 루브르가 고전미술을 모아놓은 곳이라면 퐁피두는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곳이다. 동영상에도 있지만 퐁피두 미술관의 현대미술은 무척 관능적이고 재밌었다. 그리고 나서 이제 가보아야 할곳은 개인화랑인데 어찌어찌하다가 개인화랑 지도를 입수했다. 처음에는 파리시내에서 화랑 찾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지도를 보아도 여기가 거기 같고 저기가 여기같은데 그때마다 사람들한테 물으면 프랑스 사람들은 무척이나 길 찾아주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떤사람은 황공하게도 직접 데려다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계속 길찾기와 씨름하면서 며칠이 지난후 나는 파리가 의외로 쉽게 길을 찾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한테 묻지도 않고 주소만 있으면 척척 찾아가게 되었는데 그 방법을 소개하겠다. 38 rue d'Antrain Rennes 예를 들어서 이것이 찾고자 하는 프랑스의 주소라면 우선 길을 찾으면 되는데 rue 는 영어로 road 즉 길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즉 rue 뒤에 붙은 d'Antrain Rennes 가 길 이름이다.

    한국에서는 아파트라면 모를까 우체부가 아니면 주소만 가지고 길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파리에서는 우체부가 아니더라도 누구근지 주소만 가지고 길을 찾을수 있는데 예를 들어서 길 이름이 a라면 그 a 는 각도가 바뀌면 끝나 버린다. 즉 a 라는 길은 직선상에서만 존재하고 구십도 또는 45도로 구부러지면 다른 길이 나오는 것이다. 길이 끝이 나도 길을 건너서 계속될수는 있지만 구부러지면 다른 길이 나온다. a 라는 길의 이름은 각 도로가 시작되는 곳과 끝나는 곳에 자그마한 간판으로 붙어있어서 찾는데 어렵지 않다.   이제 번지수만 찾으면 되는데 38이 번지수이면 Antrain Rennes 의 길안에 있을 것이며 그 길 안에 순서대로 나열되어있고 1층과 2층사이에 보기쉽게 씌여져 있기 때문에 바로 찾을수 있는 것이다.

   뉴욕에서의 길찾기는 파리보다도 더 쉽다. 파리는 길이 원형경기장처럼 미로처럼 뱅뱅도는 경우가 많지만 뉴욕은 모두 일직선상인데다가 지하철 역이름이 모두 길 주소로 만들어져 있다. 예를 들어서 14STREET에 갈려면 14STREET 역에서 내리면 된다.

   주소찾는 법을 터득하고는 이제 물만난 고기처럼 파리시내를 활보하기 시작했는데 파리는 또하나의 특징이 지하철과 지하철 간격이 아주 짧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를 돌아다니더라도 곧 지하철을 찾을수 있어서 일부러 지하철역을 찾아 길을 헤멜 필요가 없었다.

뉴욕과 파리일기 4 편

  파리에 도착한 후 짐을 풀었던 민박집은 호스텔 정보에 위치점수가 좋지 않을 만큼 찾아가기 다소 어려운 편이기는 했지만 다행히 별 어려움 없이 단박에 찾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라니 한국인만 득실득실 하겠군 하고 생각했다. 게다가 문앞에 커다란 태극기까지 걸려져 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준 사람은 캐나다인이었다.

   이층침대가 두 개 들어가고 네명이 생활하는 그 방에는 전부 백인들이었다. 내 아래 쪽에 자고 있는 남성은 미국인인에 백인이면서도 마치 담요를 말아놓은 정도로 어마어마한 레게머리를 한데다가 몸에서 다소 악취가 났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서도 한국인은 보이지 않고 노트북을 켜놓고 삼매경에 빠져있는 무지하게 진지해 보이는 키가 작달 만한 한 백인 남성과 인도여성이 보였고 그리고 또 데스크탑 컴퓨터에 앉아있는 백인여성이 보였다. 이곳 호스텔은 방이 한 대여섯개가 있고 한방에 그런식으로 이층침대가 두 개정도 씩 들어가 있다. 또 나중에 안사실이지만 여기 호스텔은 광고를 호스텔월드 닷컴인가 뭔가 하는 해외사이트를 통해서 영어로 하고 있어서 모두 외국인이 고객이었다.

관광도시인 프랑스인만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는 물론이고 그리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란 스웨덴 영국 아르헨티나등 국가도 다양했다. 한국인도 많지는 않지만 가끔 왔다가기는 한다. 대부분은 영어에 달통했지만 때로 영어권이 아닌 친구들은 대화에 약간 장애가 발생하여 어울리는데 불편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앞에 앉아서 나한테 시선도 맞추지 않고 다소 긴장해 보이는 그 백인 남성한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I guess you are an American or canadian because you have an america accent 억양을 들으니 미국인이나 캐나다인 아닌가요?   그는 긴장감을 약간 풀은 듯이 다시 빠른 어조로 자기는 프랑스인이라고 했다. 그는 프랑스인이지만 미국에서 유학을 했고 스페인에서도 꽤 오래 살았다고 한다. 어려보이는 외모와는달리 가방끈이 무척 긴 친구였다. 프랑스인이 왜 프랑스에서 민박을 하냐면 파리에있는 학교에 다니느라 민박을 하는 것인데 이런 프랑스인이 거기 두세명 있었고 이들은 자기들끼리는 불어를 하지만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평소에는 영어를 사용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저녁 먹고 난후 이런저런 쓰잘대기 없는 화제거리를 만들어 내는것도 무척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 호스텔인 만큼 어느정도 주도권이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나는 이것을 십분 발휘해서 한국 반찬 얘기도 좀 해주고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람들은 내가 주인인즐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곳에서 먹는 밥은 진짜 한마디로 밥이아니라 쓰레기였다. 주인누나 하는 얘기로는 한번은 한국인 문화홍보역할을 한다고 인간시대 출연 제의가 왔었다지만 출연안한게 다행히다 싶을 정도다. 혹시 그분이 이글 보고 계시다면 민박집 이름은 공개안했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하루 20 유로이면 한국 돈으로는 비싸겠지만 파리에서는 보통 30유로가넘어가기도 하는 곳이 많으니까 식사는 그냥 대충 하는척만 하는 것이라 보면 되니까 그걸 탓할 생각은 물론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시라.

   10명정도가 모여 앉은 식탁에 반찬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네 개 정도의 커피잔 받침대 만한 접시가 나오는데 거기에 한소끔 무말랭이 무침이나 양배추 절임 감자복음 같은 것들이 놓여져 있다. 워낙 쪼금 놓여져 있으니까 젓가락질 하기가 눈치보여서 잘 손이 안가서인지 그나마 반찬이 남는다. 물론 다 먹으면 또 갖다주기는 하지만 남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반찬이 남는 또하나의 이유는 무지하게 반찬이 짜다. 아마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고기나 생선은 전혀 없고 완전채식인데 일주일에 한번 돼지고기 복음이 나오고 이때는 좀 푸짐하게 먹는다 싶다.

    나는 원래 채식위주의 식사를 해서 상관없지만 그 친구들은 밥먹을 때마다 좀 허탈한 눈치다. 중국식 수퍼마켓에서 산다는 반찬은 그렇다치고 밥은 어떤 쌀을 쓰는지 이건 밥을 먹는건지 밥풀을 먹는건지 구분이 안간다. 알고보니 밥을 해서 밥통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꺼내서 식혀 놓은후 전자렌지에 돌려서 내온단다.

   안그러면 쌀이 안좋아서 밥이 아작 난단다. 한국인들은 대번 여기 밥이 날림이구나 하고 알겠지만 외국인들은 알리가 없다. 원래 이런건가 보다 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잘도 먹는다. 한국인들은 밥먹을 때마다 좀 x 씹은 표정이다. 발암물질 20퍼센트 증가시킨다는 전자렌지로 돌린밥을 그렇게 한달동안 먹고나서 나는 그 호스텔을 나왔지만 그래도 그호스텔은 제일 기억에 남는 잊지 못할 호스텔이었다. 왜냐하면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지낸 적지않게 활기찬 한달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외국인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여러명하고 한꺼번에 같이 어울려 지내기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영어에서 아무래도 딸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속사포 처럼 쏟아대는 그들의 말을 다 따라잡기는 무리다. 못알아 들으면 들은척 하고 웃기는 것 같으면 웃으면서 한두시간 보내다 보면 나도모르게 등줄기에 땀이 날 수 밖에 없고 나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 매일 와인을 사다 먹었다.

  프랑스 하면 뭐니뭐니 해도 와인이다. 한국에서 와인은 한 만원대정도로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와인찾기가 쉽지 않고 수퍼마켓 구석에서나 찾을수 있으며 가격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며 설탕이 포함되어있다.

  프랑스에서의 와인은 3유로 정도 즉 환율로 환산해봐야 5천원 정도지만 환산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는 3유로가 3천원에 해당하는 셈이니 와인값이 무척 싼 것이다. 거기다가 어느 조그만 구멍가게만한 곳을 가더라도 수십가지 종류의 와인이 한쪽 벽한통을 차지할 만큼 많이 진열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3유로 짜리 와인을 사서 매일 먹으면서 외국인들과 입씨름을 하면서 저녁을 보냈는데 그러니까 즉 술힘으로 버틴 것 같다.

   한번은 브라질 친구 두명과 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이들은 영어실력이 무척 저조했다. 영국에서 유학중이라는데 거의 영어가 바닥 수준이었다. 한 십년전 내 영어 실력하고 비슷했다. 이들은 내가 무척 유창한 영어를 하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같이이야기를 하다보면 내얘기를 알아들을려고 무척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외국인하고 이야기 할 때와 같은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세명이서 저녁에 파리시내의 한 호프집을 찾았다. 그리고 나서 돌아오는길에 한 친구가 배고프다면서 근처의 샌드위치가게에 들렀다. 프랑스에서는 테이크 아웃 샌드위치 집이 무척 많다. 기다란 빵에 각종 치즈나 햄 달걀 야채등을 끼워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깎아달라고 자꾸 조르는 것이 아닌가. 아마 브라질에서는 가격흥정하는 것이 보통인 모양이지만 프랑스에서는 택도 없는 얘기다. 당황하며 쩔쩔 매는 직원을 보고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뉴욕과 파리일기 3 편

  파리가 다른 도시와 특별한 또한가지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남성과 여성이 수시로 키스로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옆집 순철이 아버지가 우리집 마누라 볼따구니에 만날 때마다 키스하면 당장 가정불화로 이어지겠지만 이들에게는 이것이 생활화 되어있다. 또한 여성과 여성들끼리도 늘 포옹과 키스를 나눈다. 한번은 한국에서 프랑스 문화원에 가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느 덩치가 산만한 프랑스 여자가 한국인 여성 직원을 만나자 갑자기 포옹을 하더니 볼따구니에 양쪽에 쪽쪽 하고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아니 저게 미친기 아이가! 하고 생각했는데 여기와서 보니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남성과 남성끼리는 키스를 나누지 않는 듯 하다. 가끔씩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잦은 경우는 아닌 것 같다.

   한국에 있었을 때 우즈벡사람들을 많이 만난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항상 남성들끼리 포옹과 키스를 나눈다. 이슬람 권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또한 파리에 있으면서도 많은 여성들과 키스를 나누게 되었다. 해외에서 현지인들과 가장 접하기 쉬운 장소는 국내도 물론 그렇겠지만 종교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기독교신자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교회에 나갔고 여기서 많은 여성들과 키스를 나누었다.

  아프리칸 여성의 볼은 정말로 밀가루가 따로 없었다. 아프리칸의 피부는 놀랄만큼 포실포실하다. 남성도 악수를 하러 손을 내밀고 잡아보면 우람한 손의 모양새와는 달리 피부는 무척이나 말랑말랑하다. 대개 남성이 여성에게 키스를 먼저 하기도 하지만 여성이 먼저 하기도 한다. 한번은 단상에서 간증을 하고 있는 한 멕시코 출신의 여성을 보았는데 그 아름다움이 어찌나 뛰어난지 감동적이기 까지 했다. 얼굴은 새카만 편이었지만 아프리칸은 아니었는데 생긴 것은 줄리아 로버츠하고 똑같이 생겼다.

  신기한 것은 프랑스에 사는 외국인들은 대개 다 프랑스인처럼 아름다운데 미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미국인처럼 그냥 그저 그렇게 생겼다.

   수요일 젊은이들의 모임에 나는 뻔뻔하게도 40 이 넘어서 매일 참석하고 있었는데 첨에는 그 모임이 젊은이들 모임인지도 몰랐다. 왜 나이든 사람이 없는지 의아해 하다가 나중에 그모임이 젊은이들 모임인지 알게 되었다. 그 모임에서 나는 내 옆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내 뜻을 전했다. 당신은 진짜 쥴리아 로버츠하고 똑같이 생겼다고.. 사실 그녀가 좀더 예뻤다. 그 담음날 나는 그녀한테서 키스세례를 받을수 있었다.

  샤틀레의 퐁피두 미술관에는 또하나의 명소가 있었는데 바로 미술관 건물 안에 위치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3층 정도로 된 규모가 무척이나 큰 대형도서관이다. 휴일날에는 여기 입장하기 위해서 긴 줄이 이어져 있는데 어떤 몸매 작렬인 한 젊은 여성이 앞서 걸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한 세명정도의 건들건들거리는 청년들이 그녀옆으로 지나가면서 가슴을 쓱 만지는 것이 아닌가. 그냥 칭찬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녀는 신경쓰지 않고 줄에 합류했다. 나는 어찌하다 보니 그녀바로 앞줄에 위치하게 되었다. 나보다 좀더 뒷줄에 있었는데 중간에 사람들이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고 그녀가 바로 내 뒷자리에 서있어서 나는 어쩔수 없이 그녀를 코앞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 아룸다움은 정말 말로 다 형용할 수가 없다. 한국인들이 미국인의 외모가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미국인 들보다 두세배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아무리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자꾸 그녀 얼굴을 빤히 쳐다 보게 되었다. 완전 백인은 아니고 그렇다고 아프리칸도 아닌 약간 이집트 식으로 생겼는데 혹시 전생에 클레오 파트라가 아니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불어가 딸려서 말도 걸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까딱도 안하고 고혹하게 먼산만을 바라보는 듯 싶었지만 내가 자꾸 뚤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줄을 빠져나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뉴욕과 파리일기 2 편

파리에는 생각보다 아프리칸이 많았는데 삼분의 일정도는 아프리칸으로 보일정도였다. 프랑스인은 대개 키가 작지만 아프리칸 남성은 키가 거의 이미터에 다를 정도로 큰 사람이 많다. 그리고 특히 프랑스 아프리칸 여성들의 몸매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글래머인데다가 화려하게 꾸민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우리가 알고 있는 레게 머리라고 하는 것은 볼수록 신기한 머리다. 저렇게 머리를 한번 따아놓으면 머리는 어떻게 감지? 풀고 다시 따는 것은 아닐텐데... 어쨌거나 다른 관광지에서도 아프리칸들을 보기는 했지만 프랑스 여성들의 레게 머리만큼 가지가지로 모양새를 낸 머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물론 미국에도 아프리칸이 많지만 프랑스 아프리칸 들과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예술의 나라 답게 프랑스인들은 멋을 내는데 있어서 게으르지 않고 또 그멋이 그들의 외모 때문에 증폭되는 것 같다.

뉴욕에 있었을 때에 무척이나 허접해 보이는 젊은 사람들을 곰곰히 살펴보니 나름대로 멋을 내기는 무척이나 냈는데 알고보니 눈에 띄질 않을 뿐이었다. 뉴욕사람들도 멋내기는 무척 좋아한다. 남자나 여자나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지, 옷도 해괴 망칙해 보이는 것도 입고다니고 머리스타일도 제각각이고 하여튼 딴에는 최대한 멋을 냈고 그것이 나름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의 한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인 듯 해보였다. 그런데 눈에 띄지를 않는 이유가 신체적으로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옷걸이가 좋지 않아서 아무 소용이 없어보인다.

   그에 비해 파리에서 멋을 낸 여성들이나 또는 남성들을 보면 한눈에 입이 떡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치 xx광고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모습들에 후광이 넘쳐흐르는 모습은 내가 아무리 아무리 한국에서 잘생긴 편에 속했다고 자부한들 근처도 갈 엄두가 나질 않을 정도였다.

  프랑스 남성들은 멋내기를 좋아한다. 왠만한 나이먹은 사람도 팔뚝에 팔찌 한 개는 차고 다닌다. 팔찌에 반지 그리고 몸에 짝 달라붙는 청바지에 방금 산 것 같은 셔츠를 입고 근육질 팔뚝을 뽐내면서 레스토랑 앞에서 남자친구와 같이 칼질을 하고 있는 남성들은 아마 게이들일 것 같기는 하지만 멋있기는 하다. 프랑스에서 옷을 사면 마치 맟춘 듯이 기가막히게 딱 맞는다. x라지를 사입거나 그냥 라지 사이즈를 사면 몸에 잘 맞는다. 그런데 미국에서 옷을 사면 스몰사이즈를 사야 된다. 모든 옷들이 다 헐렁헐렁하게 박스형으로 나와 있는 것은 한국이나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내친김에 팔찌를 하나샀는데 이 팔찌가 어찌나 마춘 듯이 팔뚝에 딱 맞고 잘 어울리는지 않살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뭘 사도 헐렁 하다. 안 맞으면 안 팔릴까 봐 헐렁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파리의 서점에서는 왠만한 곳에서도 남성누드집이 팔리고 있는데 모두 비닐 포장도 되어있지 않고 판매된다. 들춰보면 거대한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근육질 남성들의 사진이다. 예전에 광고에서 이런 류의 외국인들을 보면 사람 같지가 않았는데 실제로 와서 눈으로 확인하니 사람이 맞았다. 이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

   여성누드집은 의외로 찾기 힘들다. 여성의 성기가 완전히 노출된 사진을 누드집이 아니라 사진작품집 형태로 한군데서 찾을 수 있었다. 여성의 성기노출은 누드집으로 내기에는 좀 걸끄러운 모양이다. 프랑스는 성의 중심이 여성보다는 오히려 남성에게 맞춰져 있다는 느낌도 든다. 샤틀레에 있는 영화관에 갔는데 샤틀레는 파리의 중심으로 마치 한국의 광화문 정도 되는 위치라고 보면 된다. 그중에 16세 등급의 영화가 하나 있길래 보러 들어갔다. 16세 영화는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18세 등급의 영화로 성인등급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포르노는 아니고 포르노 영화는 그냥 즐비한 포르노 비디오 샵에서 보면 된다. 포르노와 16세 영화의 차이는 화면에 발기된 남성의 성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성기는 그대로 노출되고 정사장면도 빠지지 않는데 영화는 동성애 영화인 듯했다.
   관객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고 여성관객이 절반정도나 되고 모두 아무런 거부감없이 보고 가는 것 같았다. 다음에 다시 한번 16세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영화는 프랑스에서 만든 영화가 아니고 미국에서 수입된 영화이다. 그런데 이영화 또한 동성애 영화였는데 미국에서 만들어서인지 성기 노출 장면은 없었다. 어렸을 때 의붓 아버지를 통해 아동 성관계를 갖게된 한 남성이 동성애자가 아니면서도 동성애자들을 통해 매춘으로 생활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비록 성기노출은 없지만 정사장면은 꽤 리얼하다.

며칠 뒤에 이번에는 모든 사람관람가 영화를 보았다. 포루투칼에서 만든 영화인데 포루투칼은 같은 유럽으로 스페인 옆에 붙어있는 나라고 스페인은 프랑스 옆나라다. 그런데 모든 사람관람가가 좀 이상하다. 초장부터 왠 나아지긋한 남성과 젊은 여자가 침대에서 벗고 누워있는데 집에 부인들 놔두고 바람피우는 남성에 대한 스토리인 듯 하다. 설마설마 하고 있는데 조금 지나니 허걱 성기가 마구 노출 되는 것이 아닌가.

단지 같이 누었을 뿐이고 정사장면은 없으니까 이것으로 모든사람관람가가 가능한 모양이다.

뉴욕과 파리일기 1 편

   그래도 전공이 미술인지라 틈나는대로 불어공부에 신경을 썼지만 영어하기도 벅찬 마당에 불어까지 하기는 좀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틈틈해 해왔던 시간들이 아까워서 중단하지 못하고 결국은 학원까지 나가게 되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정말 프랑스에 갈려고 학원을 나간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이제 40중반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과거에 미루어왔던 것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그래서 장기 해외여행을 기획 중이었기는 했지만 프랑스가 아니라 사실은 미국유학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LA로 갔다가 뉴욕으로 갈까 고심하다가 아직 불어가 서툴기는 하지만 그래 프랑스에 가보자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거기도 분명 영어 하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파리 뉴욕 서울로 계획이 수정되고 나서 쫒기듯이 더욱 불어공부에 박차를 가하기는 했지만 왠만한 짧은 문장도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정도였다.

   매일 저녁 불어로 일기를 쓴 후 인터넷에서 언어교환 사이트를 찾아 현지인에게 수정을 부탁하기도 하고 한국에 와있는 프랑스인을 만나서 직접 언어교환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프랑스로 떠나기 직전에는 왠만큼 기본도 잡히고 말문이 살짝 트였다. 그래도 현지에서 써먹기에는 택도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영어 30년 배워도 입한번 뻥끗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 않은가.

   중간에 프랑스어 어학연수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기는 했었는데 심사가 꽤 까다롭고 재정보증이외에도 보증인 사업자 등록증도 필요하단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여행으로 파리 3개월 뉴욕 3개월 그리고 귀환하는 것으로 여정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2011년 9월 26일 나는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전에 비행기를 안타본 것은 아니다. 그때는 외국인 친구를 따라서 해외 휴양지 몇군데를 삼박사일씩 잠깐 다녀왔었는데 비행기 타는 것이 어찌나 복잡해 보이는지 혼자가는 것은 엄두도 못내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하는 여행이라 뭔가 감흥이 달랐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흥미로울때는 바로 학교 입할할 때 새집으로 이사갈때 그리고 아직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결혼할 때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또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는 일이 아닐까?

지루할까봐 걱정되었던 이코노미석의 장시간의 여행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미지의 나라에 대한 설레임과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의 느낌때문인 듯했다.

파리 공항에 내려 내가 제일 먼저 말을 꺼낸 불어는 엑스큐제 모아 우스트루구 레어포그 A였다. (a공항이 어디있습니까?) 정말 한국의 왠만한 톱스타 보다 한 세배는 아름다운 여직원이 바로 알아듯고 큼지막한 눈으로 나를 째려보듯이 바라보며 뚜그네 구쉬 알레 뚜두구와 상미누트 (좌회전해서 직진한다음 오분정도 걸으세요) 하고 대답을 해주는데 바로 알아듣는 것이 신기했다.

   나중에 안사실이지만 우리가 듣는 일반상식으로 불어는 영어보다 한 두세배는 어려운 언어라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어의 악센트는 문장또는 단어뒤에 위치해 있어서 말꼬리를 잡고 길게 여운을 내는 소리로 한국인의 발성과 흡사하다. 문법은 어려울지라도 발음면에서는 영어보다 오히려 쉽게 들린다. 그래서 나는 의외로 불어를 쉽게 듣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목적지인 민박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배운 불어는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사람들은 무척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공항에서 바로 지하철로 연결되어 지하철에서 먼저 파리를 만난 것은 좀 다행인 듯 싶다. 지하철이야 말로 그 나라의 현실적인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프랑스인들의 외모는 퍽이나 인상적이었는데 뭐랄까 한국에서 늘상 보던 외국인들과는 좀 달랐다. 이것도 나중에 안사실이지만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같은 백인들도 무척이나 다르다. 프랑스에 있으면서 이러한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한후 과연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다른 종족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더 자세히 하도록 하겠다. 쉽게 말해 미국인은 제대로 생긴사람이 별로 없다. 뭔가 생기다 만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때부터 과자를 주식으로 하고 사니 어쩔수 없다. 비만하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문제는 비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상 미국인의 비만은 생각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른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른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에 비해 프랑스인의 체격은 무척 당당해 보였는데 미국인이 물만 먹고 자란 콩나물이라면 프랑스인은 흙속에서 자란 콩나무 같은 느낌이 든다. 키는 별로 크지 않고 한국인보다 조금 작다. 한국인도 과거에는 키가 작았는데 현대에 와서 식생활개선으로 키가 커졌다고 자부하는 듯하다. 이것은 식생활 개선으로 인한 체질의 개선이 아니다. 즉 체질상으로 미국인과 같이 후퇴한 것이다. 키가 큰 콩나물과 키 작은 콩 나무와 어느것이 더 튼튼하겠는가?

프랑스인의 발걸음은 무척 빠르다. 지하철 안에서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마치 뛰는 듯 했다. 어디 이동네 전쟁이 터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지경이다. 파리의 지하철은 또한 무척이나 빠르다.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덜컹 하면서 지하철이 정지하면 아직 완전히 정지도 안했는데 지하철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문은 자동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눌르면 열린다.

다음 지하철 역은 동대문 동대문 역입니다. 이번 전차역은 승강장과 전철 사이의 간격이 넓어 승하차시 발이 빠질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내리실 분은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잘 확인하신후 하차하시기 바랍니다. 뭐 이런 말이라던가.. 아니면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승객여러분은 안전선 안에서 대기하여 주십시오. 다음전철역은 숙대입구 숙대입구 역입니다. 내리실 역은 왼쪽입니다. 뭐 이런 비스무리 한말은 귀를 후비고 들어봐도 들리지 않는다.

다음 역이 상폴이면 정지 바로 전에 상폴 하고 짧게.그것도 두마디 하면 혀에 쥐라도 나는지 달랑 한번 방송된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